KBS라디오 '황정민의 뮤직쇼'에서
환불 요구 고객과 사망한 점주 관련 퀴즈로
KBS 시청자권익센터에 청취자가 문제 제기
"공영방송이 인터넷TV 수준" 등 비난 일어
공영방송 KBS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에게 시달리던 음식점 주인이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을 퀴즈 소재로 활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프로그램 측은 퀴즈를 낸 이유가 이 사건에 많은 이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취지였다고 밝혔지만, 공영방송으로서 부적절한 결정이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23일 KBS 시청자권익센터에는 전날 KBS 라디오 프로그램 '황정민의 뮤직쇼'를 들은 한 청취자가 이 방송에서 나온 퀴즈 내용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시청자 청원을 올렸다.
이 청취자는 '황정민의 뮤직쇼에 나온 퀴즈의 문제점'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당시 방송에서 퀴즈가 나온 상황을 설명하며 "이 문제는 내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청취자에 따르면 이날 '황정민의 뮤직쇼'에서는 "배달앱을 통해 한 손님이 분식 배달을 시켰고, 그 가운데 한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식당 주인과 싸워 결국 그 충격에 식당 주인이 사망한 사건. 과연 이 메뉴는 무엇인가"라고 퀴즈를 냈다.
객관식이라며 보기로 제시한 단어들은 '삶은 달걀'과 '새우튀김' '순대염통'이었다. 정답을 맞힌 청취자에겐 화장품 세트를 선물로 줬다는 것.
이 청취자는 "이 퀴즈를 듣고 너무 놀랐다"면서 "이 슬프고도 아픈 소식을 퀴즈의 한 소재로 사용하다니"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그는 "신나는 음악과 웃음이 넘치는 프로그램에서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차라리 이 소식을 전하며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하는 것이 청취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지 않았을까"라고 썼다.
이어 "황정민 아나운서가 이 문제를 내는 것이 고민이었다고 말했는데, 그렇게 신중하게 고민했다면 정말 이 문제를 내지 말았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막장'이라고 외치는 사회 속에 오늘 이 문제는 제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며 "누군가는 저에게 괜한 오지랖이라고 말할지 모르나, 유가족에게 두 번의 대못을 박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글을 남긴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퀴즈로 내도 되는 사안인가 많이 망설였다"면서 "이렇게 퀴즈를 통해서라도 많은 분들이 이 내용을 알고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풀어봤다"는 취지를 밝혔다.
그럼에도 공영방송에서 민감한 내용이 신중한 고민 없이 전파를 탔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다. 네티즌은 관련 기사 댓글에 "KBS가 공영방송이라고 말하지 말라, 딱 수준이 아프리카TV" "수신료의 가치가 이것밖에 안 되는가", "이런 게 막장 아닌가" "공감능력 부족한 KBS" 등을 올렸다.
앞서 지난달 배달앱 쿠팡이츠에 등록된 한 음식점의 50대 점주는 고객으로부터 하루가 지난 새우튀김 하나를 환불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새우튀김 3개를 주문한 이 고객은 이 중 하나를 냉장고에 넣어뒀는데 "색깔이 이상하다"며 환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점주는 고객의 요구에 새우튀김 1개 값만 환불해주겠다고 했지만, 이 고객은 전액 환불을 요구하면서 쿠팡이츠 앱에 별점 하나와 비방 리뷰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점주는 이 고객과 쿠팡이츠 고객센터와 환불 건에 대해 통화를 하다 갑자기 쓰러졌고, 뇌출혈로 의식을 잃은 뒤 지난달 29일 결국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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