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시 당선·핵합의 복원 협상 공전 등
최근 이란 관련 상황과 무관치 않은 듯
미국이 이란 관련 웹사이트 제재에 나섰다. 반(反)서방 강경 보수 성향인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사법부 수장이 차기 이란 대통령으로 선출된 지 3일 만에 이뤄진 조치다.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이란과 벌이는 기 싸움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법무부는 2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법원 명령에 따라 미국은 이란이슬람라디오텔레비전연합(IRTVU)이 사용하는 웹사이트 33곳과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카타이브헤즈볼라(KH)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3곳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IRTVU가 사용하는 도메인 33개가 미국 기업 소유인데, IRTVU는 이를 쓰기 전에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AP통신은 당국자를 인용해 압류된 사이트 대다수가 이란의 허위 정보 유포 노력과 관련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측도 미국의 제재로 웹사이트가 압류됐음을 인정했다. 이란 국영TV의 영어판 채널인 프레스TV와 아랍어 채널 알알람TV는 텔레그램을 통해 “미국 당국이 알알람TV의 웹사이트를 폐쇄했다”고 공지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후티 반군이 운영하는 알마시라TV는 사전 공지 없이 채널이 끊겼다면서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저작권 침해 행위에 맞서는 임무를 계속하겠다고 반발했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미국 정부가 차단한 웹사이트에 수 곳의 뉴스통신사와 TV 채널이 있다면서 “언론 자유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라고 비난했다.
미국이 허위사실 유포를 이유로 이란 관련 웹사이트 도메인을 압류한 게 처음은 아니다. 앞서 미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관련된 웹사이트 수십 곳을 차단한 바 있다. 미국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고 순수 뉴스매체를 가장해 허위정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는 이유였다.
라이시 대통령 당선인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정부 측이 밝힌 압류의 표면적 이유는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허위 정보 유포’였지만, 라이시 당선인은 반미 성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고 있는 핵합의 복원 협정 역시 라이시 당선 직후인 20일 일시 중단됐고, 향후 재개 일정마저 불투명해 협상 공전 우려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AP통신은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는 와중에 나온 이번 조치를 “이란 언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강력한 단속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국 CNN방송도 미국 정부의 압류가 핵합의 복원 협상 도중 이뤄진 도발적 행동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이란에선 인터넷 접속 중단 사태도 빚어졌다. 사이버 보안 및 인터넷 통제체제를 모니터링하는 비정부기구(NGO) 넷블록스는 “테헤란과 이스파한 등에서 이날 오후 11시30분(이란 시간)까지 약 20%의 접속 감소 현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의 이란 웹사이트 압류와 관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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