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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삼호重, 대금 지불 조건 일방 변경 '갑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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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삼호重, 대금 지불 조건 일방 변경 '갑질' 논란

입력
2021.06.2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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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삼호중공업 전경

현대삼호중공업 전경

현대삼호중공업이 협력업체들로부터 각종 자재를 납품받으면서 대금 지불 조건을 일방적으로 변경한 뒤 합의해 줄 것을 종용해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삼호중공업은 3월 초 매달 3차례 걸쳐 자재 납품 대금을 지급하던 것을 두 차례로 줄이기로 하고 이를 100여 개 협력업체에 통보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그러면서 이 같은 대금 지불 조건 변경에 대해 동의한다는 합의안을 협력업체에 요구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그동안 매달 1~10일과 11일~20일 납품된 자재에 대한 대금은 같은 달 20일과 30일에 각각 지급해 왔다. 또 21~30일 납품된 자재 대금은 다음달 10일 결제해 왔다.

그러나 현대삼호중공업은 이달부터 1~15일과 16~30일로 납품 기간을 조정한 뒤 대금 결제일을 같은 달 30일과 다음달 15일로 각각 바꿨다. 현대삼호중공업의 협력업체는 사내·외 170여 개로, 이들 업체의 하청업체까지 합하면 300여 개가 넘는다.

이에 일부 협력업체들은 "직원들 인건비로 나갈 돈인데 자재 구매 발주업체가 결제를 미루면 영세업체들은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고 반발했다. 실제 A협력업체 관계자는 "협력업체의 생사를 쥐고 있는 자재구매부장 이름으로 사전 설명도 없이 대금 지불 조건을 맘대로 조정하고 이마저도 합의해 줄 것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대기업 갑질 횡포가 도를 넘었다"고 비난했다. B업체 대표는 "대기업 자재구매부가 단가를 절상해 계약을 요구하고, 이를 거부하면 다른 업체를 알아보겠다는 식으로 으름장으로 놓고 있다"며 "회사 경영이 어렵지만 문을 닫을 수 없어 적자를 보면서도 일을 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와중에 원자재값도 폭등하면서 협력업체의 경영난도 가중되고 있다. 이미 철강 등 원자재가 20∼160%까지 올랐지만 협력업체와 현대삼호중공업 간 단가계약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불경영자협회 관계자는 "매년 연말 물가상승분 등을 반영해 단가계약이 이뤄졌지만, 올해는 6개월이 넘도록 무소식이다"며 "원자재 상승에도 대기업 입맛대로 동결·저가계약 등의 얘기가 나돌고 있다"고 걱정했다.

현대삼호중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업이 차입금이 늘어나면서 자금 수지가 안 좋아 경영 개선을 해보자는 목적에서 지불 조건 변경을 추진했다"면서 "50여개 업체가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협력업체가 많아 계약이 늦어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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