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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워킹그룹 종료 수순... 대미채널 '급 낮아지고, 쪼개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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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워킹그룹 종료 수순... 대미채널 '급 낮아지고, 쪼개지고'

입력
2021.06.23 01: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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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 참석한 양국 대표단. 한국에선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임갑수 외교부 평화외교기획단장(왼쪽 사진)이, 미국에선 성 김 대북특별대표와 정 박 대북특별부대표(오른쪽 사진)가 참석했다. 연합뉴스

21일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 참석한 양국 대표단. 한국에선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임갑수 외교부 평화외교기획단장(왼쪽 사진)이, 미국에선 성 김 대북특별대표와 정 박 대북특별부대표(오른쪽 사진)가 참석했다.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이 남북협력사업 추진 협의체인 ‘한미워킹그룹(워킹그룹)’을 종료하기로 합의했다. 대신 외교부는 국장급 정책대화(가칭)를 신설해 공백을 메울 참이고, 대북정책의 한 축인 통일부도 별도 대미 채널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새 미국 행정부가 들어선 만큼 ‘교통 정리’ 차원으로 읽히지만 양국 간 대북 협의체의 급이 낮아지고, 또 쪼개져 우려도 없지 않다.

외교부는 22일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서 기존 워킹그룹 운영 현황을 점검해 종료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양국은 북핵 수석대표 간 협의 외에도 국장급 협의를 강화할 것”이라며 “구체적 방안은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워킹그룹이 사라졌다고 해서 이것(한미 간 포괄적 대북정책 조율)을 중단하는 건 아니다”라면서 “워킹그룹은 곧 (대북) 제재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의제를 넓히자는 것”이라고 종료 배경을 설명했다.

'대북 제재 우회 공간' 美 인식 반영된 듯

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 방한에 반대하는 진보단체 관계자들이 워킹그룹 해체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 방한에 반대하는 진보단체 관계자들이 워킹그룹 해체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워킹그룹은 남북ㆍ북미 대화가 활발했던 2018년 11월 출범했다. 차관급인 북핵협상 대표를 수석으로 통일부와 미 재무부 등 양측 관계 당국이 총동원됐다. 미국의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수준에서 남북협력 사업 이행 방안을 신속히 찾으려는 취지였다. 하지만 북한은 “(워킹그룹은) 친미 사대주의의 올가미(지난해 6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라고 격하게 비난했고, 정부ㆍ여당 일각에서도 부정적 인식이 적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워킹그룹의 순기능도 있지만, 부정적 영향도 못지않다는 점에 한미가 공감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북 기조도 종료 결정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완벽한 대북 제재 이행을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 눈에는 ‘제재 우회 공간’ 성격을 띤 워킹그룹이 달가울 리 없다. 이 협의체가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유산이라는 점 역시 힘을 실어주기 어려운 배경으로 꼽힌다.

"美에 남북협력 지지 바라면서 협의채널 종료는 모순"

이인영(오른쪽) 통일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성 김(가운데)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인사한 뒤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이인영(오른쪽) 통일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성 김(가운데)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인사한 뒤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외교부가 국장급 대화는 지속하겠다고 했지만, 협의 통로가 분산될 가능성은 커졌다. 통일부는 이날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포함한 미국의 북핵협상팀과 직급별 스킨십을 쌓았다. 이인영 장관은 김 대표와 만나 “조속한 (대북) 대화 재개를 위해 한미가 보다 능동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며 협력을 당부했다. 최영준 차관도 김 대표와 고위급 양자협의를 가졌으며, 김준표 통일정책협력관은 23일 김 대표와 함께 한국을 찾은 정 박 대북특별부대표와 국장급 회의를 연다.

통일부가 미 국무부를 카운터파트 삼아 차관ㆍ국장급 협의를 하는 건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결국 기존 워킹그룹이 ‘외교부-국무부’ 및 ‘통일부-국무부’라는 이원화된 국장급 채널로 나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통일부-국무부 채널 정례화 여부를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기본 구상을 진전시키는 일종의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북한의 눈치를 보다 남북협력사업 추진 협의체를 해체하는 ‘모순적’ 조치라는 부정적 기류도 감지된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서울을 방문한 미 당국자들에게 남북협력에 대한 지지를 당부하면서 정작 제재 우회 채널인 워킹그룹은 종료시킨,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이 줄곧 비난해온 만큼 (워킹그룹을) 그대로 두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사실 이번 종료 조치도 북한을 향한 상징적 제스처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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