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X파일' 의혹 등으로 휘청거리는 사이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내 잠룡들과 '의미심장한' 만남을 가졌다. 윤 전 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당 밖의 주자들이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재는 동안 '국민의힘 대선주자'를 키우겠다는 뜻에서다.
이 대표는 22일 서울시청을 찾아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났다. 이 대표가 제안한 만남이었다. 이 대표는 "오 시장의 시정 성공이 국민의힘 대선 승리의 첫 번째 키"라며 "서울시장과 국민의힘 결합도는 역대 최고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도 "국민의힘 새 지도부가 유쾌한 파격과 안정감으로 새로운 기대감을 드리게 돼 기쁘다"며 손을 맞잡았다.
이 대표는 이날 원희룡 지사의 싱크탱크 '원코리아 혁신포럼' 출범식에도 참석했다. 이 대표는 "원 지사는 20여 년간 당 개혁 노선을 이끌어온 소장개혁파로, 원 지사의 노력과 제 노력은 이어져 있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20년 전의 이준석이 바로 원희룡"이라고 화답했다. "검증된 혁신 아이콘이 원희룡인데 왜 안 뜨는지 모르겠다"며 '셀프 디스'를 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오 시장과 원 지사를 연달아 만난 건 '국민의힘 대선주자'를 키우기 위해서다. 이른바 '자강론'이다. 입당을 주저하는 윤 전 총장 등을 압박하는 의도도 깔려 있다.
오 시장은 국민의힘의 '비장의 카드'다. 지난달 25~27일 실시한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오 시장은 정치 지도자 호감도 부문에서 윤 전 총장과 동률(35.6%)이었다. 원 지사도 '잠재력 있는 후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영남 지역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의힘이 정권 교체와 정치 혁신 바람을 이미 탔기 때문에 당 안의 주자가 언제든 뜰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원 지사의 포럼 출범식에 참석해 '국민의힘 주자 키우기'에 힘을 보탰다. 김 원내대표는 "원 지사는 국민의힘과 오래 같이한 우량 가치주"라며 "뻥튀기 주식이 많은데 작전주, 테마주에 속으면 안 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당 안의 주자 체급 키우기에 당분간 전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오 시장과 원 지사, 유승민 전 의원, 하태경 의원 등 당내 대권주자들이 다 같이 모이는 자리를 구상 중"이라며 "당내 주자들이 주목받을 수 있는 자리를 계속 만드는 게 당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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