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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운동 확산되는 쿠팡, '남양유업 사태' 남 일 아냐

입력
2021.06.22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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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새카맣게 타버린 경기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전문가들이 건물 구조안전진단을 위해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이천=뉴시스

21일 오후 새카맣게 타버린 경기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전문가들이 건물 구조안전진단을 위해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이천=뉴시스

경기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쿠팡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안이한 재난 대처 방식이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의 쿠팡 불매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SNS 등에 노동자 인권을 보호하지 않는 기업은 존재 가치가 없다며 분노를 표시하면서 쿠팡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까지 트위터에 '쿠팡 탈퇴' 해시태그를 단 트윗이 17만 건이나 올라왔을 정도다.

화재가 진압되면서 이번 사고가 쿠팡의 안전 불감증에 따른 인재(人災)였음을 짐작하게 하는 증언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노동자들은 화재예방 교육은커녕 기본적인 산업안전에 대한 교육 한 번 받아보지 못하고 현장에 투입됐다. 보안을 이유로 쿠팡이 물류센터 근무자들의 휴대폰 반입을 금지한 점도 문제다. 병사들도 병영 내에서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는 시대에 이런 조치는 노동자들의 기본권 침해 소지가 크다. 심지어 휴대폰 반입 금지로 소방당국의 초동 대처가 늦어졌다는 증언도 나온다. 최초 신고자보다 10분 일찍 화재를 발견한 사람이 있었지만 휴대폰이 없어 신고를 못 했다는 것이다.

작업장 안전에 대한 쿠팡의 무관심과 낮은 노동 감수성이 알려진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 1년간 쿠팡에서 일하다가 숨진 노동자가 9명에 이르고 지난해 여러 물류센터에서 방역수칙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사정이 이러니 한참 화재 진압 중에 쿠팡의 김범석 창업자가 국내 법인의 모든 직위에서 물러난다고 밝힌 사실을 소비자들은 꼼수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을 내세우며 몸집을 불렸고 올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화려한 성장 이면에 노동자를 존중하지 않고 안전을 외면하는 후진적 기업문화가 자리 잡고 있음이 드러났다. ‘제2 탄생’ 수준의 쇄신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다가는 쿠팡 역시 결국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경영권이 바뀐 남양유업과 같은 사태를 맞이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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