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할라" 뛰는 샐러리맨처럼... 이준석 밀착 3일, 그는 정말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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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할라" 뛰는 샐러리맨처럼... 이준석 밀착 3일, 그는 정말 달랐다

입력
2021.06.22 04:30
수정
2021.06.2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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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21일로 취임 열흘째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따라다닌 말이다. 대한민국은 요즘 '이준석 신드롬'을 열공 중이다.

한국일보는 이달 17, 18, 20일 사흘간 이 대표와 동행했다. 사이사이 인터뷰도 했다. 36세 당대표는 '오륙남(5060세대 기득권 남성) 정치인'과 뭐가 다른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는 정말로, 달랐다.

파격일까 쇼잉일까… 지하철은 이준석의 사무실이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7일 지하철 4호선을 타고 국회로 출근하는 길에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 박재연 기자


“여기선 뛰어야 해요. 늦으면 안 되니 따라오세요!”

17일 오전 6시30분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이 대표 아파트 앞. 이 대표는 아침부터 뛰기 시작했다. 지각을 걱정하는 여느 30대 샐러리맨의 모습이었다. 머리는 말리지 못한 채 바람을 맞아 잔뜩 헝클어졌고, 백팩은 이 대표의 등에서 연신 들썩거렸다. 포마드 발라 가지런히 넘긴 머리, 수행 기사가 모는 검정 세단 같은 건 이 대표의 아침엔 없었다.

기자= “매일 아침 지하철 타는 거 힘들지 않아요?”

이 대표= “국회까지 택시로 가면 2만7,000원이나 나오는데, 비싸잖아요. 당에서 대표에게 지원하는 차량이 있긴 한데, 차 안에선 편하게 전화통화를 못해요. 움직이는 차 안에서 뭘 하면 어지럽기도 하고요. 지하철이 더 실용적이죠. ”

국민의힘 대표용 차량은 7인승 카니발. 지하철이 더 편하다는 말, 진심일까 '쇼잉'일까. ‘4호선 노원역 →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5호선 환승 → 여의도역 → 9호선 환승 → 국회의사당역 → 따릉이'로 이어진 이 대표의 출근길 1시간 30분을 동행해 보니, 지하철을 사무실처럼 활용하는 건 '팩트'였다.

17일엔 △라디오 인터뷰 1건 △노트북으로 최고위원회의 발언 정리 △당직자들과의 통화를 모두 지하철에서 소화했다. 이 대표를 알아 본 시민들과 사진 촬영도 했다. 20분간 라디오 전화 인터뷰를 하는 동안 이 대표는 소음을 피해 열차 구석으로 향했다. 잡음이 새어들까 봐 두 손으로 스마트폰을 받쳐 들고 통화하는 모습은 직장 상사에게 보고하는 샐러리맨을 닮아 있었다.

"경쟁의 결과를 수치적으로 보정하는 건 왜곡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지하철 5호선 열차 안에서 전화로 라디오 인터뷰를 하는 모습. 박재연 기자

기자=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뭔가요.”

이 대표= “제가 제안한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이오. 진행비로 1억 원쯤 들 거라고 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방송사에서 같이 하자고 연락이 왔어요. 16강부터는 방송사에서 진행할 수 있어서 마음이 조금 편해졌어요.”

당 대변인을 '토론배틀'로 뽑는다는 건 이 대표의 1호 공약이었다. '말만 잘한다고 제1 야당의 정책과 철학을 대변할 수 있느냐' '기계적 능력주의, 시험 만능주의 아니냐' 같은 우려가 나오는 걸 이 대표도 알고 있었다.

기자= "내년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활용 능력' 등을 검증하는 ‘자격 시험'을 보겠다고 한 것도 논란인데요."

이 대표= “공직자의 기본은 실력입니다. 60세가 넘은 공직 후보들이 공부를 한다는 사실만으로 여론의 반응이 뜨겁지 않을까요.”

기자= "또 다른 파격 제안도 준비 중인가요."

이 대표= “온라인 당원이 빠르게 늘고 있어요. 대선후보, 당대표 등 경선 때 투표권을 주는 것만으론 이들을 만족시킬 수 없겠죠. 당원들에게 정책을 제안받고 소통할 수 있는 당 기구를 만들려 합니다."

기자= "젊은 세대를 위해 국민의힘은 뭘 해야 한다고 봅니까."

이 대표= “저는 공정한 경쟁, 그리고 경쟁의 문화를 강조합니다.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고, 누구든 경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넓혀야 합니다. 경쟁의 결과는 있는 그대로 수용해야 해요. 경쟁의 결과를 수치적으로 보정하는 건 왜곡이에요.”

'안철수 대표와의 통합' 고민하느라 잠시 멍 때리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9호선 국회의사당역에서 서울시 공유자전거 '따릉이'를 이용하고 있다. 박재연 기자

내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이 대표가 잠시 '멍' 때렸다.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과의 통합 문제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국민의당은 ‘당명 교체’ 같은 까다로운 통합 조건을 제시했다. “말도 안 되죠. 우리 당이 지금 분위기도 좋고 지지율이 상승세인데 당명을 어떻게 바꿉니까. 대선 망칠 일 있나요?"

기자= "국민의당과 통합의 제1원칙은 뭔가요."

이 대표= "'상호 존중'입니다. 대선주자로서 안 대표의 가치는 크다고 봐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서로 필요로 하는 것은 명확해요. 자잘한 걸로 갈등하게 된다면 비극이죠."

기자= "통합 조건을 걸지 말라는 뜻인가요."

이 대표= “안 대표가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으면, 국민의힘에 안착해서 대선에서 뛰게 해드리는 것이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최고의 서비스입니다.”

알고 보면 공손한 이준석? 영수회담은 잔뜩 벼르고 있다

이준석(오른쪽)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전북 전주시 서부신시가지 일대를 찾아 한 시민과 사진을 찍고 있다. 전주=뉴스1


이른바 기성 정치인들은 이 대표의 ‘싸가지’를 문제 삼는다. '나를 공격하면 2배로 갚아 준다.'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다선 의원들을 상대로 구사한 그의 전략은 그런 우려를 키웠다.

'청년 이준석'은 그러나 공손해 보였다. 따릉이를 타고 국회의사당으로 들어가면서 경찰과 방호공무원들에게 연달아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18일 전북을 찾아 새만금 사업 현장, 군산형 일자리 기업 현장 등을 둘러 본 이 대표는 청년의 말간 얼굴을 하고 시민들에게 다정하게 다가갔다.

'당대표 이준석'은 다르다. 그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송곳처럼" 비판하겠다고 벼르는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이 대표의 전투력과 정치력이 드러날 것이다.

기자= "문 대통령을 만나면 무슨 얘기부터 할 건가요."

이 대표= “부동산 정책에 대해 건의할 겁니다. 민주당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세제에 대해 전향적인 모습을 취했지만, 아직 부족합니다.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키고 시장을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해요. 다주택자들에 대한 접근 방식도 바꿔야 하고요. 문재인 정부가 신산업을 발굴하지 못해 성장이 정체돼 있다는 점도 적극적으로 지적하려 합니다."

기자= "어떤 형식의 회담을 원하나요."

이 대표= “어떤 형식도 좋습니다. 1 대 1 영수회담을 하게 된다면, 국민들이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긴 해요. 여하튼 청와대에서 판단할 문제죠."

“윤석열, 입당 시기 놓치면 큰 정치 아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국회 국민의힘 당대표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이 대표의 지상과제는 정권 교체. 정권이 걸린 내년 대선 전쟁을 앞두고 보수 야권을 통합하고 '이기는 후보'를 낼 책임이 그에게 있다. 이 대표의 '전략'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당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지만, 윤 전 총장은 꿈쩍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을 향해 바짝 날을 세우는 중이다.

기자= "윤 전 총장이 '내 갈 길'을 가겠다며 '여야 협공을 멈추라'는 메시지를 냈는데, 이 대표를 겨냥한 것 아닌가요."(이 대표는 언론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아마추어 같다'고 했다.)

이 대표= “윤 전 총장의 첫 공개 행보(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 참석)는 기획이 아쉬웠습니다. 소통 면에서 언론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는데, 제 관점에서 지적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그런 지적이 불편하면 앞으로 더 큰 조언이나 비판을 수용할 수 있을까요. '여야 협공'이란 표현도 적절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기자= "내년 대선의 최대 화두는 무엇일까요."

이 대표= “‘통 큰 정치’가 아닐까 해요. 선택을 하면서 '전격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정치인들이 갈수록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봐요. 모호성보다는 명쾌함을 국민은 선호할 거예요. 미리 고민을 많이 하되, 판단이 섰을 땐 움직일 수 있는 지도자여야죠."

기자= "윤 전 총장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보나요."

이 대표= “저라고 10년 전 정치를 시작하면서 말실수를 안 했을까요. 예를 들어 볼게요. ‘뜨거운’이라는 개념은 글만으로 배우기 어려워요. 뜨거운 걸 만져보지 않고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아무리 오래 고민하고 책을 많이 읽어도 직접 만져보고 ‘앗 뜨거’ 하기 전엔 모르죠. 정치도 그래요."

기자= "윤 전 총장은 ‘큰 정치’를 하겠다고 하는데요."

이 대표= “정치 입문 과정에선 누구나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겠지만, 국민의힘 입당을 주저해 임계점을 넘어가면 큰 정치라 보기 어렵겠죠. 대선주자가 당 밖에서 자체 팀을 꾸리고 사무실 차리는 것 하나 하나가 독(毒)입니다. 당의 보호 없이는 자칫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어요. 대선에 걸맞은 조직 갖추고 키우려면 당 안에서 하는 게 훨씬 유리해요."

기자= "'윤석열 X파일', 봤나요."

이 대표= “보지 않았어요. 'X파일'이 윤 전 총장의 발목을 잡게 둬선 안 돼요. X파일 내용을 검증할 필요가 있겠죠. 대단한 내용이 아닐 거라고 보기 때문에 편하게 말하는 겁니다."

김현빈 기자
박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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