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공조 맞서 이례적 쌍방 기고 게재
북중 관계가 끈끈해지고 있다. 서로 주재국 대사가 상대 기관지에 이례적으로 기고까지 하며 ‘혈맹’을 한껏 예우했다. 각각 갈수록 거세지는 미국의 압박에 맞설 우군 확보(중국), 대화 재개를 앞두고 대미 협상력 강화(북한)를 위한 ‘전략적 의기투합’ 성격이 짙어 보인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후 북핵 공조를 목적으로 21일 한미일이 처음 한자리에 모인 시점에 맞춰 기고문을 공개한 것도 의도적 맞대응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노동신문은 이날 리진쥔(李進軍) 주북 중국대사 명의의 ‘변함없는 초심과 확고한 포부를 안고 중조(북중) 관계의 아름다운 미래를 공동으로 개척해 나가자’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리 대사는 글에서 “전통적인 중조(북중) 친선을 계승ㆍ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쌍방의 공동 이익에 부합되며 공동의 전략적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리룡남 주중 북한대사 역시 같은 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우의의 꽃밭’을 아름답게 건설하자” “진정한 동지의 전략적 우호 관계” 등 북중 관계의 중요성을 부각하는 글을 게재했다.
양측은 쌍방 기고의 목적을 2019년 6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2주년을 기념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같은 날 동시에 기고 형식을 활용해 혈맹 의지를 다진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때문에 최근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와 맞물려 북중 각자의 셈법이 맞아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공통 분모는 미국이다. 우선 중국 입장에선 주요 7개국(G7)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등을 동원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포위망이 좁혀오는 상황에서 피로 맺어진 우군, 북한에 확실한 눈도장을 받아둘 필요가 있다. 북한이 당면한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중국을 배제해선 안 된다는 경고 메시지도 담겨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국의 대중 압박과 연합전선 구축이 가시화하면서 중국은 내 편을 가급적 많이 끌어들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도 미국과의 협상 재개를 준비하는 데 중국 만한 조력자가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는 17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3차 전원회의에서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발언을 뜯어 보면 대화의 조건인 미국의 ‘당근’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다시 강경 대응에 나서야 하는데, 이 경우 중국을 대항마로 점찍은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미중 경쟁구도를 이용해 미국이 대화 조건이 맘에 들지 않으면 중국과 더욱 밀착함으로써 자신들에 유리한 협상 국면을 만들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춤했던 북중 교류협력을 늘리겠다는 의지 역시 쌍방 기고문에서 읽힌다. 일각에서는 북미대화를 앞두고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비한 ‘사전 조율’의 일환이란 해석도 내놓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19일 ‘북한 노동당 3차 전원회의 분석’ 보고서에서 “20년 만에 조중우호협력조약 갱신이 이뤄지는 7월 11일 전후 김 위원장이나 고위급 인사의 방중 또는 방북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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