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2·4위 후보 합동 유세
1위 달리는 흑인 후보 즉시 반발
NYT "다른 후보 이길만큼 유동적"
인구 830만명의 미국 최대 도시, 뉴욕시(市) 수장 자리를 두고 민주당 후보간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한 뉴욕에서는 민주당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승자가 차기 시장을 거의 확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던 만큼 선두를 차지하기 위한 후보간 견제도 갈수록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쉽사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다.
19일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 뉴욕시 위생국장인 백인 여성 캐스린 가르시아(51) 후보와 벤처 사업가이자 변호사 출신인 아시아계 앤드루 양(46) 후보는 이날 뉴욕 퀸스와 맨해튼에서 합동 선거 유세를 벌였다. 이들은 두 사람의 사진과 이름이 나란히 담긴 전단지를 배포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오는 22일 열리는 당내 경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흑인 후보 에릭 애덤스(61ㆍ지지율 24%) 브루클린 구청장을 뛰어넘기 위해 각각 2위(17%)와 4위(13%)가 손을 맞잡은 셈이다.
경쟁자간 ‘일시 동맹’은 이번 프라이머리에서 뉴욕시가 ‘선호투표제’라는 독특한 투표 방식을 선보이면서 선거 구도가 한층 복잡해진 영향이다. 유권자들은 후보 한 명에게만 투표하는 게 아니라 최대 5명까지 자신의 선호도 순으로 후보를 써낼 수 있다. NYT는 “후보들은 단순히 자신에게 표를 요구하는 것뿐 아니라, 경쟁자의 지지자들을 가능한 많이 설득해 2,3위에 오르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두 후보의 움직임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애덤스 후보는 즉각 반발했다. 그는 “이들의 동맹은 유색인종이 선거에서 이기는 것을 막고 소수 유권자의 목소리를 약화시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후보의 연합을 흑인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한 ‘꼼수’로 보고 미국 내 약한 고리인 인종 문제를 꺼내든 것이다. 이에 양 후보가 또 다시 기자회견을 자처, “나는 평생 동안 동양인이었다”고 받아 치며 팽팽한 기 싸움을 이어갔다.
하지만 가르시아와 양 후보의 동맹 역시 동상이몽에 가깝다. 이날 합동 선거유세에서 양 후보는 “우리를 1ㆍ2위로 지지해달라”고 호소했지만, 가르시아 후보는 양 후보를 2위로 선정해달라고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맨해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는 유권자들에게 이래라저래라 말하지 않는다”며 “다른 후보들과의 선거 유세도 열려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론조사 3위인 마야 와일리(15%) 후보의 약진도 무시할 수 없다. 민주당 유명 진보 정치인들이 인권 변호사 출신인 그를 밀고 있는데다, ‘여성ㆍ흑인 후보’라는 점에서 흑인 유권자와 여성 유권자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으며 막판 추격전에 나섰다. 때문에 최종 순위를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NYT는 “애덤스 후보가 선두 주자로 간주되지만 다른 후보가 이길 수 있을 만큼 상황은 유동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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