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폐지 가닥 임대사업자 제도 '재검토' 선회
임대차 시장 불안·생계형 임대사업자 의식한 듯
전문가 "갭투자자 매물 출회는 계속 압박해야"
더불어민주당이 '생계형 임대사업자'에 대한 논의를 이유로 주택임대사업자 제도의 세제 혜택 축소 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임대사업자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기로 한 '세제 개선안' 발표 약 3주 만의 정책 선회라 시장에서는 여당이 '표심'에 이끌려 조변석개(朝變夕改)식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시장 안정과 영세임대사업자를 고려해 일부 제도 유지는 필요하다"면서도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투기적 임대사업자가 소유한 물량의 시장 출회는 계속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원칙 잃은 정책 변경에 임대인·임차인 모두 '불안'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18일 민주당의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 재검토' 결정에 임대사업자들은 "정책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반응이다. 경기 수원시에서 20년 째 임대사업을 하고 있는 A(68)씨는 "남편과 사별 후 늦둥이 아이들과 함께 한 달 임대소득 330만 원으로 생계를 꾸려 왔는데 하루아침에 투기꾼으로 몰렸다"며 "(2017년에는 등록 유도를 했다가) 이제와서는 생계형을 추리겠다는데 그 기준이 어떻게 결정될지 우려스럽다"고 호소했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최근 제도 폐지를 강력히 주장하는 민주당 모 의원실에서 잘못된 소득세 계산 공식을 근거로 임대사업자들에게 '반박' 문자를 보낸 것을 확인했다"며 "정책 입안자들이 제도 파악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부동산 여론만 의식해 정책 기조를 변경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여당 행보에 불만을 표하는 것은 등록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임차인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임차비용이 크게 뛴 상황에서 임대주택제도가 폐지될 경우 신규 계약에 따른 임대료 인상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에 따르면 등록임대주택의 임대료는 시세의 61% 수준이다.
16년째 경기의 임대주택에서 거주하고 있는 최모(52)씨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집을 팔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그렇게 된다면 잘 살고 있던 저렴한 월셋방을 잃고 더 외곽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장 안정 위해 일부 특례 필요하지만 다주택자 매물 출회 유도도 계속해야
전문가들도 임대차 시장 안정과 영세임대사업자를 위한 부분적인 특례 유지가 필요한 데는 공감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3법도 최대 4년의 계약 갱신을 보장하는 상황에서 임대주택의 가격 안정 효과는 부인할 수 없다"며 "쉽지는 않겠지만 사업자의 소득과 재산 상태, 주택 평가액, 보유 기간 등을 두루 고려해 '생계형' 사업자에 대해서는 특례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다만 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과세 특혜가 갭투자를 양산, 주택 공급을 가로막은 측면이 있는 만큼 투기적 임대사업자의 매물 출회 압박 기조는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준현 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전국 민간주택 임대사업자는 52만9,946명, 등록임대주택은 160만6,686가구로, 상위 10명이 평균 528가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갭투자자들은 임대수익보다는 양도세 감면을 보고 등록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양도세 중과는 강한 매물 출회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임대사업자에 대한 과세 특례 축소는 집값 안정을 위해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신속한 공급 확대 방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여당이 일시적인 민심 잡기에 연연하면 임대차 시장은 망가진다"며 "임대소득 양성화를 유도하되, 그 감면 정도를 임대기간과 연동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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