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첨예한 당내 갈등 끝에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양도소득세(양도세) 완화를 골자로 한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18일 당론으로 결정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산층 민심 구애를 위해 ‘부자 감세’라는 비판을 무릅쓴 것이다.
민주당은 종부세 부과 기준을 현행 '공시가격(시세의 60~70%) 9억 원 이상'에서 '공시가격 상위 2% 이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전국의 집값을 줄 세워 상위 2%에 해당하는 주택 보유자에게만 종부세를 물린다는 뜻이다. 상위 2%를 가르는 기준은 11억~12억 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9억~11억 원에 해당하는 1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양도세 개편안은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시가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이다. '부자 감세' 비판을 덜기 위해 장기보유특별공제 상한(현행 80%)을 양도 차익 규모가 클수록 낮추는 내용을 함께 담았다.
이는 송영길 당대표가 주도한 당내 부동산특위의 원안이다. 당내 강경파의 격렬한 반대에 맞서 송 대표가 일단 승리한 것이다. 당내 대선후보 경선 연기 논쟁, 부동산 투기 의혹 탈당 권유 파장 등으로 위기에 몰린 송 대표가 리더십을 재정비할 기회를 얻었다.
민주당은 18일 국회에서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종부세 완화안과 양도세 완화안을 각각 비밀 투표에 부쳐 당론으로 정했다. 정당이 정책을 표결로 결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고용진 당 수석대변인은 "투표율은 82.25%이고, 두 안건 모두 과반 이상 득표로 확정됐다"며 "이제 논란이 정리된 것"이라고 말했다. 득표율은 일단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민주당 안은 정부와 협의를 거쳐 당정청 안으로 최종 확정된다. 정부는 종부세와 양도세를 완화하면 집값이 다시 뛸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 협의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4·7 재·보궐선거 참패 요인으로 꼽힌 부동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부동산 특위를 꾸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세제·금융·공급 대책 수정을 시도했다. 특위는 지난달 27일 부동산 종합 대책을 발표했지만, 같은 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종부세·양도세 개편안은 퇴짜를 맞았다. △재산세 부담 경감안(공시가격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공급 확대 대책 △첫 내집 마련 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향 방안만 추인됐다.
송 대표와 김진표 특위 위원장은 그간 의원들을 설득했고, 23일 만인 18일 의총에서 종부세·양도세 완화안까지 관철시켰다.
친문재인계와 개혁 성향 의원 63명이 최근 종부세·양도세 완화 반대 서명을 하는 등 집단 반발했지만, 현실론의 힘이 더 셌다. 이날 의총에선 3시간 넘게 찬반 격론이 오갔으나, "정권 재창출을 위해 감세라도 해야 한다" "특위안을 부결시키면 송영길 체제가 흔들려 당이 소용돌이에 빠진다"는 논리가 결국 먹혔다.
한편, 민주당은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을 축소하기로 한 부동산 특위안은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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