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의 산실 대구 경상중 야구부?
구속 140㎞ 돌파한 이찬주, 대구고 입학 내정
중견수 이동명, 유격수 박준현, 투수 김시우도 스타 예감?
코칭 스태프와 학교 혼연일체 되어 야구 인재 육성
대구 경상중학교 야구부의 목표는 '계속 잘하자'다. 더 잘하자고 하기에는 선배들이 너무 쟁쟁하다. 이승엽을 비롯해, 이준호, 손승락, 손경호, 이정훈, 이종두, 김성갑, 강기웅, 김용국, 서석진, 서정환, 황규봉, 배대웅, 강문길, 도성세 등 프로 무대를 종횡무진했던 선배들의 이름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경상중이 언필칭 '스타의 산실'로 회자되는 이유다. 이런 선배들의 존재가 어린 후배들에게 자신감과 함께 강렬한 동기부여가 될 수밖에 없다.
중학교 3학년 초에 구속 140km 돌파한 이찬주 선수
"강백호 선수를 가장 좋아합니다."
이승엽이 들으면 섭섭하겠다. 경상중에서 스타 선수의 계보를 이을 유망주로 손꼽히는 선수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3학년 이찬주 선수가 그 주인공이다. 우선 신체조건이 탁월하다. 키 183㎝에 몸무게가 90㎏다. 언뜻 봐서는 그 몸무게로 보이지도 않는다. 워낙 근육량이 많은 까닭이다. 더없이 탄탄한 체격이다. 여기에 공격과 수비, 주루를 일컫는 '공수주' 3박자를 겸비해 투타 모두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강형 타격코치는 "운동 신경이 좋고 야구 센스도 갖추었다"면서 "강한 어깨를 가지고 있기에 야수로서 갖추어야 할 조건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투수 부문에서의 활약도 대단하다. 구속이 3학년 초에 이미 140㎞를 돌파했다. 손민재 투수 코치는 "빠른 직구에 변화구 구사 능력이 뛰어나다. 특히 슬라이드와 체인지업은 중학생 선수라고 볼 수 없을 정도다"면서 "꾸준히 성장한다면 고교에서 상대 팀이 가장 두려워하는 선수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선수의 어깨와 운동신경은 유전이다. 아버지가 테니스 선수 출신이다. 아버지는 유전자만 물려줬을 뿐 운동을 권유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운동 선수의 길이 얼마나 고독하고 힘든 것인지 잘 아는 엘리트 체육인 출신이기에 오히려 아이의 선택에 맡겼다는 것. 그러나 유전된 것은 운동 유전자뿐만이 아니었다. 운동에 대한 열정도 고스란이 물려받았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언젠가부터 모 고등학교의 야구장 앞에 서서 야구하는 형들의 모습을 하염없이 지켜봤다. 아버지가 "야구 하고 싶어?"하고 묻자 입을 앙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테니스 선수 출신인 아버지의 DNA는 운동을 시작하자마자 드러나기 시작했다. 강한 어깨가 단연 돋보였고, 이를 바탕으로 공격력을 겸한 멀티 플레이어로 자리 잡았다. 현재 3루수와 투수를 병행하고 있다. 이 선수는 "고교 진학 후에는 1학년 때 라인업에 들어가서 전국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싶다"면서 "투수를 하게 된다면 150km라는 벽을 돌파하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밝혔다. 이 선수는 현재 대구고등학교 진학이 내정되어 있다.
기대주 중에는 스타 2세 선수도...
중견수 이동명 선수도 단박에 눈에 띄는 선수다. 현재 신장 180cm에 발사이즈가 280㎜다. 키는 계속 자라고 있다. 훤칠한 키에 빠른 발, 넓은 수비폭을 자랑한다. 안타 제조기라는 별명에 맞게 강한 공격력 또한 강점이다. 현재는 투수도 병행하고 있다. 한마디로 못하는 게 없는 선수다. 차정환 경상중 감독은 "어떻게 성장할지 자못 기대되는 선수"라고 말했다.
2학년 중에도 이 선수 못잖게 발군의 실력을 드러내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그중에서 유격수와 3루수를 맡고 있는 2학년 박준현 선수를 빼놓을 수 없다. NC 다이노스의 박석민 선수의 아들이다. 큰 키와 빠른 발, 무엇보다 야구 센스와 수비 후 송구가 일품이다. 차정환 감독은 다가오는 가을 이후가 기대되는 숨은 보물이라고 귀띔했다.
2학년 김시우 선수도 미래가 기대되는 숨은 샛별이다. 3루수와 투수를 맡고 있는데, 무엇보다 어깨가 강하다. 조금만 더 다듬으면 투수로 대성할 자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 선수 역시 야구 DNA를 물려받았다. 전 삼성라이온즈 에이스 '만딩고' 김상엽의 아들이다. 좋은 하드웨어에 아버지를 빼닮은 강한 어깨가 최대 강점이다.
코칭 스태프와 학교가 혼연일체가 되어 야구 인재 육성
학교의 전통과 쟁쟁한 선배, 경쟁심을 자극하는 뛰어난 동료들이 구슬이라면 이를 하나로 꿰는 역할을 하는 이들이 코칭 스태프다. 경상중이 전통을 이어가고 끊임없이 유망주를 배출하는 것도 이들의 헌신과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우선 오대석 수석 코치는 프로야구 원년의 스타 플레이어 출신으로 삼성라이온즈에서 유격수로 뛰었다. 포철고 감독을 맡은 적도 있었다. 아이들과 연령차가 많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아들처럼 손자처럼 돌본다. 포근한 리더십이다. 선수들이 전혀 껄끄러워하지 않는다. 먼저 다가와 말을 걸고 도움을 요청할 정도다.
롯데 자이언츠 유격수 출신인 권두조 인스트럭트는 같은 팀에서 수석 코치까지 역임했다. 프로에서 나와 동원과학기술대학 감독을 맡은 이력도 있다. 권 인스트럭트는 늘 에너지가 넘친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대화를 통해 문제점을 짚어내고 방향을 제시한다. 아이들이 권 인스트럭트에게 배우는 것은 첫째가 열정이고 그 다음이 기술이다.
재능기부도 아이들에게 중요한 자양이 된다. 기자가 방문한 날, 삼성라이온즈 수석 코치 출신으로 영남대 감독을 역임한 바 있는 양일환 감독이 방문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차정환 경상중 감독은 "오대석, 권두조 선생님에게서 야구는 물론 인생에 대해서도 참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두 분이 계셔서 든든하다"면서 "이상욱 교장 선생님과 이상철 야구 부장의 전폭적인 지지와 야구 선배들의 도움 역시 경상중 야구부의 위상을 이어가는데 있어 지대한 역할을 하는 요소"라고 밝혔다.
16일 경주에서 제68회 전국중학야구선수권대회 겸 제50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야구대회가 개막했다. 대회는 30일까지 계속된다. 경상중 야구부가 보유한 차세대 스타들의 활약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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