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관, 당신이 살던 심해' 만든 서울예대 재학생들
수업 일환으로 출판 전 과정 경험
책 제작 과정, 독립서점서 전시도
“수족관 출판사의 첫 책을 소개합니다.”
문학 기자의 메일함에는 매일같이 출판사의 신간을 알리는 보도자료가 수북하게 쌓인다. 그중 '수족관 출판사'라는 독특하고 낯선 이름의 출판사로부터 도착한 신간 안내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첫 작품집 ‘관, 당신이 살던 심해’를 낸 이 출판사의 정체는 바로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 재학생들. 수업의 일환으로 탄생한 책을 알리기 위해 직접 언론 홍보까지 나선 것이다.
김민정, 손연우, 이슬기, 정서진, 한도희까지 총 5명의 수족관 출판사 직원들은 모두 서울예대 문예창작학과 19학번 재학생이다. 이미옥 교수의 ‘출판과 창업’ 수업에서 만났다. 기획과 집필은 물론이고 제작, 유통, 회계, 홍보까지 책 한 권을 직접 만들며 출판의 전 과정을 경험하는 게 목표인 수업이다. 학생들이 수업 과제로 얼기설기 만들었다고 무시하기엔 나름 직책도 나눠 맡으며 구색을 갖췄다.
소설 전공생이자 홍보팀장을 맡은 이슬기씨는 “주제를 정한 뒤에 원고를 쓰고 디자인을 결정하고 인쇄를 거쳐 홍보 활동을 하기까지, 책 제작의 전반적인 작업을 모두 학생들이 직접 수행했다”며 “문학을 한다는 게 막연히 글을 쓰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출판까지 포함한 전 과정이 문학이라는 걸 깨달았고, 출판이 정말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책은 다섯 명의 공통 관심사인 ‘축축함’을 테마로 만들었다. ‘축축한 순간들에 관한 기록들'을 시와 소설, 에세이와 같은 다양한 장르로 풀어냈다. 반응도 나쁘지 않다. 독립서점 등을 통해 유통했는데 1쇄 80부가 3시간 만에 소진됐고 총 200부를 팔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부분의 대학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된 가운데 나온 성과라 더욱 뜻깊다. 위축될 뻔한 교우 관계를 함께 책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조금이나마 극복할 수 있었다.
학기는 마무리됐지만 수족관 출판사의 여정은 당분간 계속될 예정이다. 책 제작 과정이 안산의 독립서점 ‘난나책방’에서 전시 중이고, 이를 촬영한 다큐멘터리도 제작했다. 수업을 계기로 출판에 관심이 생긴 학우들은 앞으로 꾸준히 독립출판에 도전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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