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에서 잠재적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자신의 대선 출마설에 대해 "제 생각을 정리해서 조만간 밝히겠다"고 말했다. 출마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은 채 현역 감사원장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다소 열린 견해를 밝혔다. 그간 신중한 입장에서 출마에 좀 더 여지를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최 원장은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의 질의에 "최근 저의 거취나 다른 역할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부분과 관련해 언론이나 정치권에 많은 소문이나 억측이 도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답했다. 최 원장이 자신의 출마설에 대해 공식 석상에서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최 원장은 "헌법기관장인 감사원장이 직무를 마치자마자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바람직하느냐"는 거듭된 질의에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다양한 판단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응수했다. 현직 감사원장의 대선 출마가 중립성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취지의 질문에 다른 견해를 내비친 것이다.
최 원장은 지난달에도 출마설과 관련해 한 언론에 "제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이상한 상황이 되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날 조만간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한 것은 출마에 좀 더 여지를 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최 원장의 임기는 내년 1월 1일까지로, 공직선거법상 대선 출마를 위해선 대선 90일 전인 12월 9일 이전에 사퇴해야 한다. 11월 9일까지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국민의힘 경선 일정을 감안하면 야권 주자로 나선다면 8, 9월쯤 사퇴해야만 경선에 참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정치적 중립성과 적절성을 문제 삼으며 견제에 나섰다. 소병철 의원은 "최 원장 취임 후 정치적 논란이 된 사안에 대한 감사가 많았는데, 만약 대선에 출마한다면 취임 후 이뤄진 감사 사안들을 다시 되짚어봐야 한다"며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감사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고 직격했다.
최 원장은 "그런 염려를 충분히 이해한다"며 "다만 지금까지 어떤 감사도 정치적 의도를 갖거나 정치적 편향성을 갖고 시행한 적은 단 한 건도 없었고, 그런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또 "그런 염려를 포함해 저의 생각이 분명히 정리된 후에 모든 분에게 말씀드릴 기회를 갖겠다"고 했다.
2018년 1월 취임한 최 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면서 여권과 각을 세워왔다. 국민의힘이 정권과 맞상대한 '제2의 윤석열'로 기대하는 배경이다. 고교 시절 다리가 불편한 친구를 업어서 등하교하면서도 함께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고, 두 아들을 입양한 가정사 등으로 보수층이 선호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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