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법률상 학대 입증 쉽지 않아”?
동물보호단체 “공무원들 의지 문제”
전국 각지의 개 농장에서 불법 운영 실태가 드러나고 있지만 학대받고 있는 개들은 신속하게 구조되지 않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법 규정 미비를 이유로 구조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17일 경기 남양주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7월 별내동에서 불법 개 농장 한 곳을 적발했다. 시는 농장이 개발제한구역에서 무단으로 건축물(200㎡)을 짓거나 땅 형태를 변경(형질변경 50㎡)해 불법으로 개 40여 마리를 사육해온 사실을 확인했다. 시는 지난해 말 적발된 일패동 개발제한구역 내에서도 개 400여 마리를 키우는 불법 개 사육장(280㎡)을 적발했다. 농장에서 개들은 좁은 철제 우리에 갇혀 각종 오물이 뒤섞인 음식물을 먹고 있었다. 4월 인천 서구 백석동의 농장에서도 개 사체와 함께 몸에 상처를 입은 30여 마리의 개가 발견됐다.
농장에선 심각한 학대 행위가 지속됐지만 구조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지자체가 고발과 철거명령을 하면 농장에선 개들을 다른 곳으로 옮겼을 뿐이다. 지자체에서 학대받는 개들을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이 같은 비판에 대해 “법의 한계가 있다”고 토로한다. 인천 서구 관계자는 “동물보호법상으론 개를 잔인한 방법이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거나 상해를 입히면 학대로 인정하는데,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기가 어려워 구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남양주시 관계자도 “특정 행위만 학대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아무 때나 구조 활동에 나설 수는 없다”고 전했다.
실제 동물보호법상 구조와 보호 조치가 가능한 학대행위는 도구·약물 등 물리적·화학적 방법을 사용하거나 도박 등의 목적으로 상해를 입히는 행위, 혹서·혹한에 방치하는 행위, 음식물이나 물을 강제로 먹여 고통을 주는 행위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나마 법 적용이 쉬운 ‘최소한의 사육공간 제공’ 조항은 반려동물에만 적용되고 사육장 개들은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공무원들의 의지 부족은 소극적 구조 활동에 대한 원인으로 꼽힌다. 최정주 ‘1,500만 반려인 연대’ 대표는 “학대당하는 동물들에겐 긴급 구조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현행법에서도 밥을 제대로 안 주거나 비위생적 환경 또는 혹한·혹서에 방치하는 행위는 학대로 규정하고 있어 의지만 있다면 구조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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