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정상회담 후 푸틴 단독 기자회견에서?
정적들의 죽음·구속 언급하며 저격 발언
3초 정적 후 푸틴 BLM 시위 등 비판해
미국 ABC방송 기자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돌직구' 질문을 날렸다. 알렉세이 나발니 등 푸틴의 정적들에 대한 탄압 사건을 직접 언급한 것이다.
레이철 스콧 ABC방송 기자는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 이후 푸틴과의 단독 기자회견에서 “당신(푸틴)의 정적들은 줄줄이 죽거나 구속되거나 투옥됐다. (당신은) 이제 누군가(나발니)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출마까지 막아섰다”고 입을 뗐다. 이어 “제 질문은, 대통령님 뭐가 그렇게 두려운 것이냐”라고 물었다. 지난주 러시아 법원이 나발니와 연계된 두 단체를 ‘극단주의’로 규정해 해당 단체 소속 구성원까지 선거 출마가 불가능해진 사건을 염두에 둔 질문이다.
스콧 기자의 저격 질문에 회견장에는 약 3초간 정적이 흘렀다. 푸틴 대통령은 이내 나발니가 설립한 조직을 사실상 ‘극단주의자’로 묘사했다. 평소 나발니를 정적으로 인정조차 하지 않는 푸틴은 이날 답변에서도 나발니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발니 지지자 등이 무질서한 사회를 만들고 국민들의 불법 행위를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인종차별 반대시위인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 운동과 비교했다. 그는 이 시위와 관련 “미국에서 ‘무질서’와 ‘파괴’가 있었다”며 “러시아는 미국에 공감한다. 이 같은 시위가 (러시아) 국경 안에서 벌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푸틴이 질문의 핵심을 피해가자 스콧은 재차 답변을 압박했다. 그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당신의 모든 정적이 죽거나 감옥에 있거나 독살됐다면 그것은 당신이 공정한 정치적 싸움을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가 아니냐”고 물었다.
이번에도 푸틴은 미국의 정치 사건을 들어 러시아와 미국 상황이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올해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점거 사태로 체포된 이들과 나발니 관련 단체가 같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누구를 죽이고 누구를 감옥에 보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자면, 사람들(트럼프 지지자)이 정치적 요구를 갖고 의회에 왔다”면서 “(그런데) 이들은 20년에서 심지어 25년까지 징역형 선고를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들은 ‘내란’으로 불리고 있고 다른 혐의로도 기소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담에서도 나발니 문제는 거론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발니가 사망할 경우 러시아가 치러야 할 대가가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앞으로도 인권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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