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가 15일 개막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3차 전원회의에서 연일 강조하는 게 있다. ‘숫자’다. 연초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철저한 이행을 위해 구체적 수치와 통계를 들이밀며 성과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를 통해 당 조직과 기구를 장악, 김정은 시대 통치방식인 ‘시스템 정치’를 구현하겠다는 노림수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노동신문 등에 따르면 북한은 3차 전원회의 둘째 날인 16일 공업과 경공업, 농업, 비상방역, 당 사업 등 분과별 협의회를 진행했다. 회의에 올려진 안건들을 심층 토의하고 실질적 대책을 모색하는 차원이다. 노동신문은 “(회의에서) 과학성과 현실성이 담보된 대책안과 계획수자(숫자)들을 확정하는 사업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국가 사업의 실현 가능한 목표치를 숫자로 정했다는 의미다.
이번 회의에서 숫자가 계속 부각되는 건 김 위원장의 의중과 무관치 않았다. 그는 ‘식량난’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15일 첫 회의에서도 “상반기 공업총생산 계획 144%, 지난해 동기에 비해 125%로 넘쳐 수행했다”며 수치를 들어 북한이 처한 경제 상황을 진단했다. 앞서 2월 개최된 2차 전원회의에서는 내각이 작성한 인민경제계획을 두고 “관료주의” “허풍” “패배주의” 등의 격한 표현을 써가며 질책하기도 했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목표치를 부풀리거나, 반대로 책임 회피를 위해 몸을 사리는 보신주의를 지적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숫자에 집착하는 배경엔 ‘경제 회생이 시급하다’는 절박함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그가 1월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5개년 경제발전 계획 수행의 첫해여서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이 더욱 크다. 인민생활이 피폐해질수록 체제 붕괴 위험도 덩달아 커지는 만큼 조직 기강을 바로잡아 성과를 독려하기 위해서라도 통계 정치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은 자신의 작품인 경제발전 계획이 세부 목표치 없이 모호하게 추진될 경우 실패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감염병 확산으로 인한 어려움까지 겹쳐 관료와 주민들이 이완되거나 국가의 통제에서 벗어나려는 행동을 막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16일 회의에서 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후보위원 등을 모아놓고 소회의도 주재했다. 이 자리에는 리선권 외무상이 참석해 대미ㆍ대남 대응 문제가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북측의 대외 메시지는 전원회의 마지막 날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노동신문은 “전원회의는 계속된다”고 전해 17일에도 회의가 진행됐음을 시사했다. 2월 2차 전원회의는 총 나흘간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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