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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정이 일본인이라는 이들에게

입력
2021.06.18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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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15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1회 정례회 제1차 본회의에서 서울시 의원들이 일본과 IOC의 올림픽 정신 각성과 독도주권 침탈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15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1회 정례회 제1차 본회의에서 서울시 의원들이 일본과 IOC의 올림픽 정신 각성과 독도주권 침탈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이번엔 손기정 논란이다. 한국 홍보전문가 서경덕 교수가 또 찾았다. 서 교수에 따르면 도쿄의 올림픽박물관에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을 일본인처럼 전시하는 사실이 밝혀졌다. 역대 '일본인 금메달리스트'를 소개하는 코너에 손기정을 최상단에 배치하고, 일본어로 '손기정, 1936년 베를린 대회 육상경기 남자 마라톤'이라는 설명만 달아놨다고 한다.

일본의 반복적인 스포츠 정치화 꼼수에 국민적 분노가 치솟고 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독도 표기 논란이 처음 불거진 것도 2년 전이다. 그때도 우리 정부는 일본 측에 항의하고 삭제를 요구했지만 일본은 나 몰라라 했고, 갈등을 중재해야 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금처럼 일본을 두둔하고 나섰다.

IOC의 올림픽 헌장에는 '올림픽이 열리는 그 어떤 공간에서도 정치ㆍ종교ㆍ인종적 차별에 대한 선전 활동은 금지한다'고 돼 있다. 정의와 상식을 저버린 IOC의 이중 잣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한 한국 축구대표팀 박종우가 '독도는 우리 땅'이란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세리머니를 하자 IOC는 메달 박탈을 운운하며 징계를 줬다.

반면 일본 체조 대표팀은 전범기가 그려진 유니폼을 버젓이 입고 출전했다. 우리나라가 IOC에 항의했지만 '표현의 자유'라는 석연치 않은 판정을 내렸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선 한술 더 떠 일본 제국주의 상징인 욱일기까지 등장할 우려가 크다. 일본 스스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선 반입을 금지했던 욱일기를 이번 도쿄올림픽에선 허용했기 때문이다. IOC는 이에 대해서도 "욱일기가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일이 벌어지면, 그때 상황에 따라 대처하겠다"며 사실상 일본 손을 들어줬다.

지난달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도쿄올림픽 조직위가 독도 일본 땅 표기 강행 시 올림픽 불참 선언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만약 우리나라가 도쿄올림픽 보이콧을 실행에 옮긴다면 어떻게 될까. 결국 불이익을 받는 건 우리다. IOC는 그때야말로 우리가 정치적 이유로 불참했다고 판단할 것이고, 향후 한국의 국제대회 출전에 제재를 가할 것이 뻔하다. 당장 5년을 기다린 선수들이 받을 피해 때문이라도 우리가 보이콧할 수 없다는 점을 IOC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난감한 건 대한체육회다. IOC는 각국 올림픽위원회의 상급 기관이다. 체육회 관계자는 “독도 문제는 속상하지만 우리가 IOC와 맞서 싸울 수는 없다. 피땀 흘린 선수들 생각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힘의 논리 앞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우리 현실이 참 서럽다.

사실 손기정도 해묵은 논란이다. IOC는 과거 우리의 줄기찬 요구를 받아들여 홈페이지에 역사적 설명과 함께 '기테이손'으로 표기돼 있던 손기정의 이름을 'Sohn Kee-chung of Korea(South Korea)'라고 정정했다. 역사는 왜곡할 수 없다. 당장 바뀌지 않더라도 끝없이 규탄하고 항의하는 수밖에 없다. 서 교수는 이번에도 항의 메일을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와 일본 올림픽위원회 측에 보냈다고 했다. 그들은 무슨 답을 내놓을까.

성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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