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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의료과실로 숨진 홍정기 일병… 국방부 '순직유형 변경'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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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의료과실로 숨진 홍정기 일병… 국방부 '순직유형 변경' 기각

입력
2021.06.17 17:52
수정
2021.06.1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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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공자 혜택받는 '순직2형' 인정 거부
군인권센터 "유족에 사과하고 재심사해야"

임태훈(오른쪽 두번째) 군인권센터 소장이 17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고(故) 홍정기 일병 사망사건 순직 유형 변경 기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태훈(오른쪽 두번째) 군인권센터 소장이 17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고(故) 홍정기 일병 사망사건 순직 유형 변경 기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대에서 뇌출혈이 발병했으나 치료 시기를 놓치고 숨진 고(故) 홍정기 일병에 대해 유족이 고인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하라는 취지로 순직 유형 변경을 신청했지만 국방부가 기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족은 "군이 책임을 부정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군인권센터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가 올해 3월 홍 일병 유족의 순직 유형 변경 신청을 기각했다"며 "국방부는 유족 앞에 사과하고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유족은 지난해 9월 홍 일병의 순직 유형을 현행 '순직 3형'에서 '순직 2형'으로 변경해줄 것을 신청했다. 두 유형은 국가수호·안전보장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직무 수행이나 교육 훈련 중 사망했는지에 따라 나뉘는 만큼, 국방부의 기각 결정은 홍 일병에 대해선 그 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순직 1·2형은 국가유공자, 3형은 보훈보상대상자의 혜택을 각각 받는다.

홍 일병은 2015년 8월 입대해 육군 제2사단에서 운전병 및 인사행정병으로 복무하던 중 이듬해 3월 24일 급성골수성 백혈병에 따른 뇌출혈로 사망했다. 입대 전 병력이 없던 홍 일병은 연대 전술훈련 기간이던 2016년 3월 6일 처음 이상징후를 느꼈고 이후 두통과 구토 증세로 연대 의무중대와 사단 의무대에서 진료를 받았다.

같은 달 21일 민간병원 의사가 혈액암 가능성을 제기하며 '즉각 정밀검사가 필요하다'고 소견을 밝혔으나, 군의관은 응급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 홍 일병을 돌려보냈다. 홍 일병은 위중해진 상태로 이튿날 오전 9시 진행된 국군춘천병원 검사에서 백혈병에 따른 뇌출혈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고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24일 숨졌다. 김대희 가톨릭대 응급의학과 조교수는 "의무기록을 보면 군의관은 뇌출혈 관련 지식이 없어 감기약과 두통약을 처방했다"며 "홍 일병은 군 생활 중 급성 백혈병이 발병·악화돼 합병증으로 사망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故) 홍정기 일병 어머니 박미숙씨가 17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홍 일병 사망사건 순직 유형 변경 기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고(故) 홍정기 일병 어머니 박미숙씨가 17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홍 일병 사망사건 순직 유형 변경 기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육군은 2016년 9월 홍 일병을 '순직 3형'으로 분류했고, 국가보훈처도 같은 해 12월 홍 일병을 '순직군경'이 아닌 '재해사망군경'으로 판단해 국가유공자가 아닌 보훈보상대상자로 지정했다. 유족은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지난해 9월 '홍 일병의 사망에 교육훈련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한 것을 계기로 국방부에 유형 변경을 신청했다.

이날 홍 일병의 어머니 박미숙씨는 "국방부는 대통령 소속 기구의 결정을 무시하면서 병사 유가족의 아픔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며 "군은 홍 일병을 살릴 수 있었던 기회를 모두 놓쳐 죽음에 이르게 한 점에 책임감을 느끼고 명예를 회복시켜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순직 유형을 나누는 것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라며 군의 전공사상자 심사제도의 문제점을 짚기도 했다. 임 소장은 "누가 심사위원인지 무슨 논의를 통해 결정이 도출되는지를 알 길이 없고,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 등 법적 구제절차가 없다"며 "국회와 국방부는 군인사법, 국가유공자법, 보훈보상대상자법의 조문을 개정해 현행 심사제도와 보훈제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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