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미러관계 신뢰의 섬광은 비쳤다" 외교 갈등 완전 해소는 먼 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미러관계 신뢰의 섬광은 비쳤다" 외교 갈등 완전 해소는 먼 길

입력
2021.06.17 18:00
8면
0 0

바이든·푸틴, 미러정상회담 절반의 성과
'핵 통제 조약 개정 협의, 대사 복귀' 합의
인권, 사이버 해킹 등 난제 의견 차 확인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정상회담이 열리는 스위스 제네바 '빌라 라 그렁주'에 도착해 악수하고 있다. 제네바=AP 뉴시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정상회담이 열리는 스위스 제네바 '빌라 라 그렁주'에 도착해 악수하고 있다. 제네바=AP 뉴시스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는 ‘인생에 행복은 없다. 행복의 섬광만이 있을 뿐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러관계가) 가족 같은 신뢰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뢰의 섬광은 비쳤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미러정상회담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회담 후 양국이 우호관계로 바뀔 수는 없겠지만 한두 가지 개선의 전기는 마련됐다는 평가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전체 회담 분위기는 좋았고 긍정적이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권과 사이버 해킹 등 핵심 의제에서 양국의 이견은 여전했고, 대서양동맹과 중러 간 대결 구도도 확고해 당분간 긴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스위스 제네바 빌라 라 그렁주에서 3시간 동안 소인수ㆍ확대정상회담을 가졌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5개월 만에 처음 만난 자리였다. 4~5시간의 회담을 예정했으나 예상보다 회담 시간은 짧았다.

몇 가지 성과는 있었다. 두 정상은 핵전쟁 방지를 위한 전략적 안전성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2026년 시한인 미러 간 핵통제조약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을 대체하기 위한 협상 시작에 합의한 것이다. 외교 갈등 속에 주재국에서 각각 철수한 양국 대사를 임지로 복귀시키는 데도 합의했다. 사이버 공격 예방을 위한 전문가 그룹 구성에도 뜻을 모았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16일 스위스 제네바 빌라 라 그렁주에서 열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제네바=EPA 연합뉴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16일 스위스 제네바 빌라 라 그렁주에서 열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제네바=EPA 연합뉴스


회담 분위기 역시 화기애애했다. 미러 정상은 항공기 조종사용 안경과 러시아 민속공예품 세트를 서로에게 선물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신냉전은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누구의 이익에도 맞지 않는다고 푸틴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했고, 푸틴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나 사이에 어떤 적대적인 것도 없었다”라고 화답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러시아에 수감 중인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문제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나발니가 사망할 경우 러시아가 치러야 할 대가는 엄청날 것”이라고 압박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인권 상황을 거론하며 맞섰다.

러시아 기반 해커 조직의 미국 기업 및 정부기관 해킹 논란도 주장이 갈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추가 선거 개입이나 사이버 공격이 있을 경우 내가 행동을 취할 것이라는 걸 푸틴 대통령도 안다”고 경고했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사이버 공격을 주도한다고 반박했다.

양국 당국자들은 이번 정상회담으로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미리 자락을 깔아왔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주요 7개국(G7)ㆍ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거쳐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며 러시아를 견제하는 구도를 짜온 만큼 경고 메시지를 던지는 선에서 이번 회담을 끝내도 충분했다. 푸틴 대통령 역시 러시아가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이슈 등 역내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런 측면에서 두 정상 모두 잃은 게 없는 정상회담이었다.

다만 미러 갈등의 임시 봉합에 그쳐 아쉬운 회담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둘 다 더 나은 관계를 원하지만, 냉전 이후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미러 간 긴장의 하강곡선을 붙잡기 위한 극적인 조치는 발표되지 않았다”라고 분석했다. 미 AP통신은 “두 정상은 소규모 영역에서 협력할 수 있음을 시사했지만 분명한 이견을 드러낸 회담이었다”라고 평가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