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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직 중 회의에 외근까지?… 대한항공 간부들, 부당 업무 지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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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휴직 중 회의에 외근까지?… 대한항공 간부들, 부당 업무 지시 논란

입력
2021.06.18 04:30
수정
2021.06.18 09:0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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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A380 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의 A380 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정부로부터 휴직자들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고 있는 대한항공에서 일부 간부가 휴업 중인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원칙적으로 휴업에 돌입한 직원은 회사 출입이나 사내 메일 접속 등을 포함한 업무가 엄격히 금지되지만, 회사 안팎에서의 업무지시가 이뤄졌단 얘기다. 이런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대한항공은 정부로부터 지급받은 고용유지지원금의 최대 5배를 제재부과금으로 내야 한다.

"암암리에 휴업 직원에 업무 지시"

17일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에 따르면 대한항공 일부 부서 간부들이 회의나 외근 등에 휴업 중인 직원을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 내부 사정에 정통한 A씨는 이날 “휴업에 들어간 직원들에게 암암리에 업무 지시를 내리는 간부들이 여전히 많은 실정”이라고 폭로했다. 그는 “노선 개발과 같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일이 아예 없거나 화물 운송처럼 코로나19 확산 이후 되레 바빠진 부서들을 뺀 나머지 영역 가운데 일부 간부들이 새로운 일을 벌이고, 휴업 중인 직원들마저도 동원하는 식”이라며 “주로 여객 서비스 등 승객과 접점이 있는 부서에서 휴업 중인 직원이 동원되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대한항공 직원들만 사용하는 익명 커뮤니티에서도 판박이 성토가 줄을 잇고 있다. 본보가 입수한 ‘블라인드’ 대한항공 채널엔 “(휴업을 마친 뒤)복귀하고 해도 될 일을 계속 연락해 처리하라고 한다. 몇 달째 주기적으로 (업무를)하고 있다”는 하소연이 게시됐다. 이 게시물엔 “우리(부서)도 휴업 중에 다들 엄청 일한다”거나, “휴업과 주말, 퇴근 후에도 자신이 말만 하면 뛰어와야 하는 줄 아는 팀장들이 흔하다”는 댓글도 이어졌다. 또 “휴업 중인 직원 보고 ‘이거 봐라 저거 봐라’ 지시가 내려온다”며 “최소한의 인원만 돌리는 상황에 웬 보고서(지시냐)”라며 답답함을 토로하는 글도 게재됐다.

노동현장에선 가뜩이나 좋지 않은 회사 분위기에 누가 될까 공개적인 문제제기를 꺼리는 분위기를 안타까워했다. 한 노조 관계자는 "사내에서 (휴업 중 업무지시에 대한) 얘기를 들은 바 있다"면서도 "사무직 위주로 이메일, 카카오톡 등으로 업무 지시가 내려지는 경우가 많은 걸로 알고 있지만, 당사자들이 나서지 않고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분위기인 것 같아 안타깝다"며 현장 목소리를 전했다.

주장 사실일 경우 '지원금의 최대 5배' 제재부과금

이들 주장이 사실이라면 대한항공은 고용노동부의 제재 대상이 된다. 고용부 관계자에 따르면, 고용유지 지원금 부정수급이 적발될 경우 해당 업체는 지원금 반환은 물론, 지원금의 최대 5배의 제재부과금을 내야 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날 “비대면일지라도 업무 지시를 받아 근로제공을 할 경우와 출근해 근로제공을 할 경우엔 휴직 기간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만약 회사가 근로자의 근로제공을 받은 날을 휴직 기간이었던 것처럼 속여서 지원금을 신청하거나 지급받은 경우에는 부정수급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고용유지 지원금은 운영 여건이 어려워진 사업체의 고용 유지를 돕기 위해 휴업·휴직수당의 일부를 정부에서 지원하는 제도로, 최장 180일 동안 휴업수당(평균임금의 70% 선)의 90%를 정부에서 지원하고, 나머지 10%는 기업에서 부담하는 제도다. 최근 고용부는 코로나19 장기화 등을 고려해 항공을 포함한 15개 업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 지원금 지급을 3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대한항공 "진짜 문제 될 만 했다면 신고했을 것"

이에 대해 사측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진행 중인 장기 프로젝트의 경우 휴업자가 생기면 백업 시스템을 적용, 휴업 기간에 일을 시킨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주먹구구식으로 대체자들이 다 백업하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진짜 문제가 될 만했다면 신고를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사업체 책임만큼이나 고용부의 관리·감독 책임도 크다고 강조했다. 박준성 노무사는 “고용부 내 단속업무 실태를 청취해보면 유선상으로만 사용자에게 실제 출근 여부, 임금을 묻고 임의로 근로자(수급자)에게 전화를 해서 확인하다 근로자가 회사의 ‘입 단속’을 잊고 말 실수를 하는 경우에나 현장 조사가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며 “휴업수당을 지급하면서 일을 시키는 것 외에도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휴업 수당을 일부만 받도록 강요한 뒤 나머지를 편취하는 경우도 있어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고용부는 21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고용유지 지원금 부정수급 자진 신고 기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김형준 기자
류종은 기자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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