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푸틴 대통령, 스위스에서 정상회담 진행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스위스 제네바 빌라 라 그렁주에서 정상회담을 갖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제네바=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국제관계의 첫 분수령이 될 미러정상회담이 16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미국과 러시아는 회담 전부터 의제는 물론 의전에서도 기싸움을 이어갔다. 주요 7개국(G7),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중심 대서양동맹을 규합하고 온 미국, 중국과 우호관계를 다지며 버티는 러시아 간 신경전도 치열했다. 다만 양측 모두 이번 회담 한 번으로 갈등이 완전히 해소될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는 눈치다.
양측은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의전부터 신경을 썼다. 미러 양측은 푸틴ㆍ바이든 대통령 순서로 회담장에 도착하기로 의전에 합의했다. 미국 입장에선 정상회담 때마다 기선제압 차원에서 상습적으로 지각하는 푸틴 대통령의 습성을 고려한 대응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오후 1시 24분 두 정상은 회담이 열리는 스위스 제네바 빌라 라 그렁주에 도착해 기 파르믈랭 스위스 대통령 환대를 받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빌라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회담 예정시간인 오후 1시 35분 회담장인 빌라 내 도서관에 먼저 도착했다. 상습 지각 오명을 피하며 진지하게 회담에 임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회담을 시작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직접 얼굴을 맞대고 만나는 것은 항상 좋은 일”이라고 말했고, 푸틴 대통령은 “생산적인 회담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시절이던 2011년 3월 이후 10년 만이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스위스 제네바 빌라 라 그렁주 회담장에서 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전 환담을 나누고 있다. 제네바=로이터 연합뉴스
미러 정상은 양국 외교장관만 배석한 가운데 소인수회담을 갖고 참모진 등 5명이 함께 하는 확대회담을 이어갔다. 회담을 마친 뒤 러시아, 미국 순으로 기자회견을 따로 가졌다. 양국관계가 악화한 만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는 공동기자회견을 준비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브리핑에서 첫 회담이 4~5시간 정도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 회담은 소인수회담 1시간 33분, 확대회담 1시간 5분 등 총 2시간 38분 동안 진행됐다.
회담 의제도 대부분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이슈다. 특히 중국 압박을 본격화하는 미국에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은 사상 유례 없는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발전시켜왔다”며 경계심을 보였다.
2026년 만료되는 전략핵무기 관련 미러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문제,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구금, 러시아 인권 상황, 우크라이나 및 벨라루스 같은 러시아 주변 지역 현안도 테이블에 올라간다. 최근 러시아 기반 해커 조직의 미국 기업 사이버 공격을 두고도 양측은 입장이 엇갈린다. 바이든 대통령은 ‘레드라인(금지선)’을 회담에서 언급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다만 경제협력, 기후변화, 북극권 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글로벌 대처, 이란 핵협상, 한반도 상황은 미러 양국의 입장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갈등 악화 대신) 소강상태를 만드는 것 정도가 이번 정상회담 최고의 시나리오”라고 전망했다. 주재국을 떠나 있는 양국 대사의 복귀 정도가 합의 가능성이 높은 사안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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