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스타들에게 데뷔 20주년은 찾아온다.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나라의 20주년은 유독 특별하다. 매년 쉼 없이 작품을 선보였고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16일 장나라는 최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대박부동산'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장나라는 극중 '대박부동산' 사장이자 20년 전의 진실을 알았지만, 아직 엄마 홍미진(백은혜)의 원혼을 보내지 못한 퇴마사 홍지아로 분해 깊은 연기 내공을 증명했다.
이날 장나라는 작품을 돌이키며 체력적인 피로감이 높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장르 특정상 밤 신이 워낙 많았다. 일몰에서 일출까지 촬영을 한다. 밤을 새우고 낮에 촬영해서 생활 리듬 패턴이 깨졌다. 몹시 지쳤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큰 힘이 됐다. 배우들 모두 좋은 반응이 오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유난히 추위로 고생했다는 '대박부동산' 현장 스태프들과 배우진에 대한 안타까움도 이어졌다. "저는 특수분장을 짧게 했다. 하지만 정용화뿐만 아니라 원귀로 나왔던 배우들이 렌즈를 끼느라 눈이 피로해서 고생을 많이 했다더라. 제가 힘든 것은 거의 없었다. 그저 한파에 액션을 찍어야 했다는 것"이라면서 "패딩 잠바를 안 입고 코트를 입는 인물이라 감기에 계속 시달렸다.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극중 총을 하루 종일 들어야 해서 근육통도 많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특히 20년간 붙잡고 있던 엄마 홍미진(백은혜)의 원귀를 떠나보내는 장면에서 우는 연기를 하다가 갈비뼈가 아팠다는 장나라는 "너무 울어서 근육이 아프더라. 엄마 역을 한 배우 백은희가 너무나 간절하게 연기를 해했다. 저도 울 수밖에 없었다. 제가 백은희에게 딸려 가면서 연기를 했다"고 회상했다.
새벽 촬영부터 한파까지. 장나라를 포함한 모두에게 촬영장은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모두의 노력에 화답하듯 '대박부동산'은 좋은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장나라에게도 유독 의미가 남다를 터. 그는 "힘들었지만 굉장히 의미가 있다. 특히 제 인생에 퇴마사 같은 역할이 몇 번이나 들어올까.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었다. 판타지 장르물을 하기 어려웠는데 기회가 왔다. 다른 역할 많이 할 수 있는 기회의 시작이었으면 좋겠다"라고 각오를 다시 다졌다.
그렇다면 장나라가 지금까지 선택했고, 또 앞으로도 선택할 이야기는 어떤 공통점을 가질까. 이에 대해 "늘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는 따뜻한 이야기를 찾는다. 저는 사실 정의로운 사람은 아니고 적당히 비겁한 보통 사람이다. 그래서 더욱 정의로운 이야기에 집중한다. 남들이 촌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가장 보편적인 정서를 가진 이야기들을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2001년 가요계에 입문한 장나라는 연기까지 폭넓은 활동 영역을 선보이는 중이다. 그간 황후, VIP 전담팀 차장, 기자 등 다양한 역할을 거쳐왔던 장나라에게도 하고 싶은 역할이 있을까. 그는 "평소 스릴러를 좋아해 형사 캐릭터가 탐이 난다. 또 공포물도 해보고 싶다. 다크한 분위기의 연기들을 해보고 싶다. 전에는 밝은 역할을 많이 했다. 다양하게 보이는 게 제 목표"라고 전했다.
다양한 활동을 거쳐온 장나라에게도 흥행에 대한 부담감은 늘 존재했다. 언제나 항상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의심이 있다는 장나라다. 많은 이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감, 또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는 20년 차 연기자인 장나라를 늘 따라다녔다.
"시도 때도 없이 슬럼프가 온다. 나이가 들수록 더 자주 매너리즘을 느낀다. 연기의 한계를 알았을 땐 천장에 머리를 박는 기분이다. 그 당시에는 극복하고 넘어갈 수 없다. 그런 생각에 빠지면 더 나은 방법이 없을지 찾아본다. 파고들면 견딜 수가 없다. 앞으로도 시도 때도 없이 빠질 것 같다. 그래도 계속 열심히 하다 보면 조금씩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면서 장나라는 자신의 인생 중 가장 소중한 추억으로 데뷔 당시를 떠올렸다. 데뷔를 앞두고 많은 고민을 겪었던 사춘기의 장나라는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롱런 배우가 됐다. 가수로 무대에 선 순간을 두고 '내 인생 가장 큰 이슈'라면서 장나라는 추억을 복기했다.
그렇다면 그때와 지금, 달라진 점은 무엇이 있을까. 이에 대해 장나라는 "이제야 조금 아는 것들이 있다. 단순한 것들이다. 예를 들면 케이크 시트를 만들기 위해 밀가루, 소금, 베이킹 파우더가 얼마나 들어가는지 대략 알게 됐다. 맛있는 케익은 셰프들만의 레시피와 비법, 첨가물도 있다. 하지만 제가 아는 것은 그저 밀가루가 들어가는 양 정도다. 사실 10년을 더 한다고 해서 더 알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 그래도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겸손한 면모를 드러냈다.
그의 목표는 한결같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이자 신뢰도가 높은 연기자다. 일을 하면서 행복하고 싶다는 장나라는 삶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많은 고민을 거쳤고 이제야 조금씩 자신이 원하는 방향성을 찾게 됐다.
장나라에게 빼놓을 수 없는 수식어, 바로 '동안'이다. 비결을 묻자 멋쩍게 웃던 장나라는 "동안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굉장히 민망하고 어색하다. 저는 실제로 보면 딱 제 나이에 맞는 얼굴이다. 가끔 어떤 분들이 저를 보고 '뭐가 동안이냐'고 하면 민망하다. 사실 동안이라는 단어 말고 다른 수식어로 불리고 싶다. 아직 만들어놓은 게 없어서 동안이 많이 붙는 것 같다. 앞으로 수식어는 열심히 살면서 만들어보겠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긴 배우 생활 동안 동안이라는 수식어와 이미지는 장나라에게 한계로 다가왔다. 늘 어린 역할, 즐거운 캐릭터의 시나리오들만 들어왔던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나라는 꾸준히 연기적 변신을 시도했고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자신의 롱런을 돌이켜보던 장나라는 "제가 20년이라는 시간을 일을 했다. 기적에 가까운 축복이다. 저를 대중이 너그럽게 봐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겸손한 태도로 일관하는 장나라지만 사실 그의 행보는 굳은 신념과 쉼 없이 달린 태도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2002년 '논스톱' 이후 '명랑소녀 성공기' '내 사랑 팥쥐'부터 최근 '황후의 품격' 'VIP' '오 마이 베이비' '고백부부'까지 그야말로 '열일 행보'다. 이처럼 장나라의 긴 마라톤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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