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 독려 '페널티' 적절성 논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으면 휴대폰을 쓸 수 없는 나라가 있다. 파키스탄이다. 저조한 백신 접종률을 높이려 일부 주(州) 정부가 극약 처방을 내린 결과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파키스탄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사는 펀자브주(1억 명)와 인구 규모가 두 번째인 신드주(4700만 명) 정부가 백신 음모론을 차단하기 위해 모바일 단말기 심(SIM)카드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주민들에게 휴대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당국은 해당 조치가 언제부터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연방정부도 이런 초강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야스민 라시드 보건부 장관은 “코로나19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하는 게 최우선 과제이고 백신만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을 종식시킬 수 있다”며 “일부 주정부의 극단적 대책은 백신 회의론과 음모론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미(反美) 정서와 결합한 파키스탄의 백신 거부감은 뿌리가 깊다. 과거 소아마비 백신이 아이들의 생식 능력을 파괴하고 건강을 해치려는 미국의 계략이라는 음모론이 돌며 예방주사 거부 운동이 일어난 적도 있을 정도다. 이번에도 보건당국이 백신의 효과와 신뢰성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자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가짜 뉴스가 퍼졌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민간인 감시 수단이 코로나19 백신이라는 터무니없는 소문까지 입길에 오르내렸다. 한 주민은 NYT에 “백신 부작용이 2년 내 사망을 유발한다는 이야기를 들어 정부의 접종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신을 맞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겠다는 지방정부의 협박은 가혹하다는 비판이 없지 않다. 일각에서는 휴대폰 차단이 역효과를 일으켜 오히려 정부와 백신에 대한 불신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 CBS방송은 접종 유인책(인센티브)으로 무료 복권이나 맥주, 심지어 대마초 등을 제공하는 미국 등의 사례를 거론하며 파키스탄 정부가 인센티브 정책을 펴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 파키스탄에서 접종을 완전히 마친 국민은 300만 명가량으로 비율이 2%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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