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푸틴, 16일 제네바에서 정상회담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국제관계의 첫 분수령이 될 미러정상회담이 16일(현지시간) 막을 올렸다. 미국과 러시아는 회담 전부터 의제는 물론 의전에서도 기싸움을 이어갔다. 주요 7개국(G7),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중심 대서양동맹을 규합하고 온 미국, 중국과 우호관계를 다지며 버티는 러시아 간 신경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다만 양측 모두 이번 회담 한 번으로 갈등이 완전히 해소될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는 눈치다.
하루 전 정상회담이 열릴 스위스 제네바에 도착한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직전까지 러시아 전문가, 외교안보참모와 숙의를 거듭하며 회담 전략을 구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회담 당일 스위스에 도착했다.
양측은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의전부터 신경을 썼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브리핑에서 첫 회담이 4~5시간 이상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특히 “푸틴 대통령이 오후 1시 회담이 열리는 빌라(라 그랑주)에 먼저 도착한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 다음에 도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상회담 때마다 기선제압 차원에서 상습적으로 지각하는 푸틴 대통령의 습성을 고려한 의전 대응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기다리는 모양새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미러 정상은 양국 외교장관만 배석한 가운데 소인수회담을 갖고 참모진 등 5명이 함께하는 확대회담까지 이어간다. 회담을 마치면 러시아, 미국 순으로 기자회견을 따로 갖기로 했다. 양국관계가 악화한 만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공동기자회견을 준비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7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미러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갖다 실수를 해 비판 여론이 일었던 경험도 미국이 고려한 듯하다.
회담 의제도 대부분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이슈다. 특히 중국 압박을 본격화하는 미국에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은 사상 유례없는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발전시켜왔다”며 경계심을 보였다.
2026년 만료되는 전략핵무기 관련 미러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구금은 물론 우크라이나 및 벨라루스 같은 러시아 주변 지역 현안도 테이블에 올라간다. 최근 러시아 기반 해커 조직의 미국 기업 사이버 공격을 두고도 양측은 입장이 엇갈린다. 바이든 대통령은 ‘레드라인(금지선)’을 회담에서 언급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다만 경제협력, 기후변화, 북극권 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글로벌 대처, 이란 핵협상, 한반도 상황의 경우 미러 양국의 입장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갈등 악화 대신) 소강상태를 만드는 것 정도가 이번 정상회담 최고의 시나리오”라고 전망했다. 주재국을 떠나 있는 양국 대사의 복귀 정도가 합의 가능성이 높은 사안으로 꼽힌다. 미국과 러시아 양쪽에 구금돼 있는 상대국 국민 석방 문제도 주요 의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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