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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 팔이

입력
2021.06.22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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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2010년 5월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 토론회에서 설명하는 신상철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0년 5월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 토론회에서 설명하는 신상철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강 대학생 사망사건이 변사사건심의위원회에 회부되며 수사 종결 단계에 접어들었다. 사건은 정리되겠지만 얼마 전까지 인터넷 세상을 뒤덮었던 음모론과 수사기관 불신은 언제 또 재연될지 모를 일이다. 친구 A씨를 의심하는 음모론 영상을 올린 유튜버들은 한 달간 수백만~수천만 원을 벌어들였다. 호기심과 공감에서 시작했을 영상 소비자들이 음모론 시장을 키웠다. 자극적 이슈에 몰려드는 사이버 레커에 대해 건전한 상식 이상의 규제가 필요한 것인지 과제로 남는다.

□ 10년이 지나도록 사그라들지 않은 음모론 중 하나는 천안함 좌초설이다.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이 몇 달 전에도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에 재조사를 진정해 논란을 일으켰고 최근 서욱 국방부 장관 등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신씨는 해외 전문가까지 동원된 과학적 조사 결과인 어뢰 피격을 부정한다. 진실을 흐리는 행동의 결과, 생존 장병들과 유족들의 상처는 거듭 덧나고, 우리 사회는 분열과 갈등의 불씨를 떠안는다.

□ 신씨는 2005년 황우석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 때에도 특허를 가로채려는 미국 측의 음모라는 주장을 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의 음모론들은 자신이 대표로 있는 정치 사이트 서프라이즈에서 소비되고 주목을 끄는 글감이 됐다. 달라진 점은 음모론 유통의 경로로 유튜브 채널 ‘신상철TV’가 추가된 정도이다. 이런 전력을 보면 그가 추구하는 목적은 명분으로 내세운 진실 찾기가 아니라, 소재를 막론한 음모론 팔이 자체가 아닌가 의심스럽다.

□ 코로나19 백신에 대해서도 황당한 부작용을 주장하는 음모론이 많았다. 최근의 높은 접종률을 보면 이를 믿는 국민이 많지 않은 듯해 다행이다. 하지만 어떤 음모론은 호응이 커질 때 사회 전체에 해를 미친다. 무고한 인생을 뒤흔들고 이미 상처받은 이들의 아픔을 후벼 판 대가로 돈을 번다. 차라리 지구가 평평하다거나 아폴로호가 달에 간 적 없다고 믿는 음모론자들이 무해해 보인다.

김희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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