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지막 노예 해방된 날 '준틴스 데이'
연방 유급 휴일 법안, 상원 만장일치 통과
올해 3월 미국 최대 대중음악 시상식 그래미어워드에서 ‘최우수 R&B 퍼포먼스’ 상은 ‘팝 디바’ 비욘세의 신곡 ‘블랙 퍼레이드(Black Parade)’에 주어졌다. ‘흑인의 행진’이라는 제목 뜻에서 보듯, 흑인 행동주의에 연대를 표한 노래다. 흑인 노예해방 기념일 ‘준틴스 데이(Juneteenth Day·6월 19일)’에 발매됐다.
이제 6월 19일은 흑인만이 아니라 모든 미 국민의 기념일이 됐다. 미 연방상원이 15일(현지시간) 이날을 연방 유급 공휴일로 지정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하원 표결이 남아 있지만 민주당이 다수라 무난히 가결될 전망이다.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하면 미국의 12번째 연방 공휴일이 된다. ‘인종 평등’으로의 여정에 세워진 또 하나의 이정표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준틴스 데이를 연방 공휴일로 지정하는 건 과거 잘못을 인정하는 중대한 진전”이라며 “우리는 평등한 정의를 보장하고 노예해방선언과 헌법을 이행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6월(June)과 19일(Nineteenth)를 합쳐 준틴스로 불리는 이날은 남북전쟁 종전 직후인 1865년 6월 19일 텍사스주 갤버스턴에서 마지막 흑인 노예가 해방된 날짜다. 1980년 텍사스주가 처음으로 주 공휴일로 지정한 이후, 40여개 주와 워싱턴이 공휴일 또는 기념일로 지정해 행사를 열고 있다.
그동안 연방정부 차원의 공휴일 지정 노력이 있긴 했지만, 법제화로 이어지진 못했다. 특히 지난해 미국 사회를 뒤흔든 흑인 인권운동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흑인 생명도 중요하다)’ 영향으로 어느 때보다 의회 통과 가능성이 높았던 터라 더 큰 아쉬움을 남겼다.
올해 만장일치 통과는 론 존슨(공화) 상원의원의 ‘변심’ 덕이다. 공휴일이 늘어나면 세금 6억 달러(약 6,700억 원)가 더 든다는 이유로 반대해 왔으나, 이번엔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그는 “노예해방을 기념하는 건 지지한다”며 “연방 공무원들의 유급 휴일을 위해 납세자들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사실은 여전히 의아스럽지만, 의회가 이 문제를 논의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고 설명했다.
법안을 발의한 에드 마키(민주) 상원의원은 “우리 역사에서 오랫동안 무시돼 온 간극을 메우고, 잘못을 인식하고, 흑인 노예와 그 후손들의 고통을 인정하고, 마침내 그들의 자유를 축복하게 될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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