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퀸트, 25일 KBS교향악단과 국내 데뷔 공연
찰리 채플린은 세기의 희극인이었지만 음악인이기도 했다. 바이올린과 첼로 등을 연주할 줄 알았고, 작곡에도 소질이 있었다. 채플린은 적잖은 영화음악을 남겼다. 일례로 채플린의 대표작 '모던 타임즈'(1936)에 삽입된 '스마일(Smile)'이라는 곡은 그가 직접 만든 음악이다. '스마일'의 경우 훗날 대중가요로도 편곡돼 널리 사랑받았지만 음반으로 출원되지 못한 곡도 많았다.
2년 전 채플린 음악이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는 사건이 생겼다. 그해 한 바이올리니스트가 13개 채플린의 곡들을 바이올린과 피아노로 편곡해 음반으로 낸 것. '채플린스 스마일(Chaplin's Smile)'이라는 제목으로 '워너 클래식' 레이블을 통해 발매된 이 음반은 그래미상 후보로도 오르며 호평을 받았다.
음반의 주인공은 러시아계 미국인 바이올리니스트 필립 퀸트(Philippe Quintㆍ47)였다. 최근 한국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퀸트는 "평소 잊혀졌거나 한번도 연주된 적이 없는 래퍼토리(곡목)를 찾아내는 일을 좋아한다"면서 "사람들이 작곡가 채플린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면 좋겠다"고 했다. 퀸트는 채플린이 만났던 스트라빈스키, 드뷔시, 라흐마니노프, 쇤베르크 등 작곡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프로젝트 공연도 기획해왔다.
퀸트는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작곡가 피아졸라에 대해서도 "아주 심한 집착"을 갖고 있다고 했다. 피아졸라의 음악을 탐험하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딴 '탱고 퀸트 퀸텟'이라는 5중주팀을 결성했을 정도다. 퀸트는 "오케스트라와 실내악은 물론, 클래식 발레 작품으로도 피아졸라를 소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퀸트는 클래식계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연주자로 유명하다. 스스로도 자신을 "현대 클래식 음악의 지지자"라고 소개한다. 그의 독창적인 음악성을 국내 무대에서 만날 기회가 생겼다. 퀸트는 2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KBS교향악단과 국내 데뷔 무대를 치른다. 최근 입국한 퀸트는 경기 지역의 한 호텔에서 2주간 격리 생활을 하며 공연을 준비 중이다. 그는 "격리 시설 직원들의 따뜻한 배려 덕분에 즐겁게 지내고 있다"며 "그 보답으로 퇴소일에 호텔에서 작은 연주회를 열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국 방문의 첫인상 만큼이나 퀸트는 평소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는 "줄리아드음악원에 다니던 시절부터 한국인 연주자들과 협업할 기회가 많았는데, 모두 사려 깊었으며 음악적으로도 감각이 탁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같은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정경화를 아주 존경하는데 공교롭게도 나와 생일(3월 26일)이 같다"고 했다.
퀸트가 이번에 연주하는 곡은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1904년 작곡된 이 곡은 초연 이후 단 한번의 수정이 없을 정도로 단단하다. 기교적으로도 어려워서 데뷔 곡으로는 부담이 될 만도 하다. 그런데도 퀸트는 "연주할 때마다 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신선한 매력을 찾을 수 있어서 흥분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열정 가득한 낭만주의 기법의 전통을 따르는 한편 시벨리우스의 독창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가치가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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