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조사 방식 두고 '요지만 고지' vs '전부 낭독'
임종헌 변호인 "형소법 따라 서증 낭독이 원칙"
재판부 "비현실적·비효율적… 진술기회 주겠다"
법조시장 연간 매출이 2조, 3조라던데 무속역술은 매출이 5조나 된다고 합니다. 무속역술과 법조계 차이가 뭔지를 생각해봤는데, 무속역술은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법조계는 이유를 설명해야 합니다. 무속인과 달리 ‘법조계’ 재판장이시라면 합리적 이유를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변호인이 15일 재판장에게 한 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측이 15일 재판에 증거로 제출된 서류들의 조사 방식을 두고 “형사소송법에 따라 증거 내용을 전부 낭독해야 한다”며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이어 “재판장이 무속인과 다르다면 (요지 고지 방식으로 증거 조사를 하는) 합리적 이유를 말해달라”며 재판부와 설전을 벌였다.
임 전 차장의 변호인인 임정수 변호사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 윤종섭)의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개정된 형사소송법(형소법)에 따라 검사가 증거서류 전부를 반드시 낭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장이 “증거명칭 고지만으로 해당 서증(문서증거)이 확인될 경우 서증 요지는 갈음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직후였다.
임 변호사는 이어 “개정 전 형소법은 서증 제시 및 요지 고지가 원칙이고, 열람·등사·낭독이 예외였으나 (2007년 형소법 개정으로) 반성과 개선 취지로 낭독을 원칙으로 입법적 결단이 이뤄졌다”며 “한 글자도 빠뜨리지 말자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낭독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임 변호사는 나아가 “검사가 서류를 낭독하지 않는 방식으로 조사가 진행된다면 매번 이의를 제기하며 형소법상 원칙에 따라 발언할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비치기도 했다.
현재 형소법은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 신청에 따라 증거서류를 조사하는 때에는 신청인이 이를 낭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재판장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내용을 고지하는 방법으로 조사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형사소송규칙 역시 이 경우 ‘요지 고지로 서증조사를 한다’고 돼있다.
재판부는 임 전 차장 측 요청에 난색을 표했다. 재판부는 “모든 증거서류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방법으로 조사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 증거서류 내용이 방대하거나 쟁점과 관련 없는 내용이 섞인 경우 모두 낭독하도록 하는 건 비효율적”이라며 ‘요지 고지’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재차 밝혔다. 다만 “서증조사 과정에서 앞으로도 변호인 및 피고인에게 의견진술 기회를 충분히 드릴 것”이라고 했다.
변호인은 그러나 이후에도 “법대로 하자는 것”이라며 “재판 기관이 입법자 위에 서서 군림하려는 마인드(태도)라고 비판받을 수 있다. 공직에 계신 판사도 만인의 위에 있지는 못하다”며 항의했다. 결국 이날 예정됐던 증거조사는 서증조사 방식을 둘러싼 임 전 차장 측의 항의로 진행되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이달 28일 다음 공판을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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