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조사위, 묘지번호 4-90번 매장자 신원 밝혀
도청에 수습된 시신 인계 과정에서 신원 뒤바뀌어
진상조사위 "암매장 시신도 발굴해 신원 찾을 것"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로 '묘지번호 4-90번'으로 불린 무명열사의 신원이 확인됐다. 41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간 열사의 이름은 신동남씨로 당시 30세였다.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15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 내 무명열사 묘역에 안치된 5기의 유골 중 1기의 신원이 신동남씨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서 무명열사 묘역에는 총 11기의 유골이 있었는데, 2001년 옛 5·18 묘역인 광주 북구 망월동 묘역에서 현재 국립묘지로 이장하면서 광주시가 DNA 분석을 통해 6기의 신원을 파악한 바 있다. 조사위는 지난해 11월 남은 5기 중 3기의 신원 파악에 나섰다.
조사위에 따르면 신씨는 건축업 미장일을 하기 위해 1980년 봄부터 광주역 인근 여인숙에서 친척 동생 등과 머물렀다. 신씨는 그해 5월 20일 불상의 장소에서 총에 맞아 장기가 쏟아질 정도의 중상을 입고 적십자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이튿날 사망했다.
신씨의 시신은 병원 영안실에 안치됐다가 고종사촌이 관을 구하러 간 사이 시민수습대책위원회에 의해 전남도청으로 옮겨졌다. 이 와중에 실종된 이금영씨를 찾던 이씨 어머니가 도청에 모인 수많은 시신 중 신씨를 아들로 착각해 수습했다. 신씨는 장례를 거쳐 같은 달 29일 망월동 묘역에 안장됐지만, 한 달 뒤 이씨가 광주교도소에 수감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신씨의 신원은 오랫동안 확인되지 않았다.
무명열사 신원 확인에 나선 조사위는 △사망 당시 검시 기록 △병원 진료 기록 및 진료비 청구 내역 등을 '5·18 행방불명피해 보상신청자 전수조사 기록'과 대조하며 대상자를 좁혔다. 이어 신씨 이복동생의 혈액을 받아 유전자 분석을 진행, 23개 유전자좌 중 21개가 일치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송선태 위원장은 "전남 해남 우슬재, 목포와 광주 인근에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신도 발굴해 신원을 밝히겠다"며 "당시 계엄군 58명이 조사위에 직접 암매장했거나 매장을 목격했다고 진술하고 있는 만큼 행방불명자 찾기에 속도를 내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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