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예방 목적으로 24시간 위치 감시
"사생활 침해 ·?정부 권한 비대" 비판 봇물
논란 불구, 불법이민자 전원에 확대 예정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이민 절차를 엄격히 하고 나선 영국 정부가 이번엔 일부 불법 이민자들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하도록 해 인권침해 논란이 거세다. 사생활 침해 성격이 워낙 뚜렷한 데다, 정부 권한만 비대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증폭되면서 비판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영국 정부는 '범죄 예방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만 되풀이하면서 오히려 향후엔 모든 불법 이민자로 착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까지 추진하는 등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4일(현지시간) 40곳 이상의 영국 인권단체가 “불법 이민자에 대한 위치정보시스템(GPS) 감시를 멈추라”는 공개서한을 내무부에 보냈다고 전했다. 내무부는 최근 불법 입국 혐의로 붙잡힌 뒤 보석으로 석방된 일부 이민자들에게 위치 추적용 전자발찌를 착용하게 했다. 해당자들의 위치를 파악해 혹시 모를 범죄를 예방하겠다는 게 그 이유였다. 대상자의 위치는 24시간 감시되며, 내무부는 이들의 위치 데이터를 무기한으로 저장·수집·활용할 수 있다.
서한에서 단체들은 이번 조치를 인권탄압으로 못 박았다. 사생활 침해 소지가 다분한 것은 물론, 대상자도 정부 재량으로 선정돼 국가의 무분별한 시민 감시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민 활동가 루디 슐킨트는 가디언에 “전자발찌는 구금센터와 사회의 물리적 벽을 허무는 조치”라며 “자유를 보호하는 나라에서 이런 정책은 부적절하다”고 성토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야당인 노동당 소속 벨 리베이로 에디 하원 이민자 구금위원회 부의장은 “불법이민자를 24시간 추적하는 정책은 내무부에 과도한 감시 권한을 주는 것”이라며 “여당인 보수당이 새로운 권위주의 시대를 만들려고 한다”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시행 절차의 적법성 논란도 일고 있다. 보석 결정을 내리면서 '전자발찌를 착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미리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이민자는 “석방 일주일 후에야 사람들이 (갑자기) 찾아와 '전자발찌를 부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이전까진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고 가디언에 설명했다.
잇딴 비판에도 내무부는 요지부동이다. 심지어 전자발찌 착용 대상을 불법이민자 전체로 확대할 법적 방안을 논의하는 중이다. 집권 보수당은 EU 시절부터 난민과 이민자 수용을 꺼렸는데, 올해 브렉시트로 EU 규제에서 벗어나자 이민법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프리티 파텔 내무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에서 “영국의 이민 시스템은 완전히 망가졌다. 앞으로 단호하고 공정하게 이민을 통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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