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일부" 인정 강요에 대표부 철수 수순
反체제 조장 의심하는 베이징이 절연 유도
홍콩 통해 中 진출했던 기업 위축 불가피
주권 분쟁과 상관없이 민간 경제 교류는 중국과 지속해 온 대만이 대중(對中) 투자·무역 교두보를 잃게 생겼다. 가교 역할을 하던 홍콩과의 단교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다. 기업 간 거래마저 위축되며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가 더 서먹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위기를 맞은 대만과 홍콩 간 외교 현실을 소개하고, 그 여파로 덩달아 소원해질 게 분명해진 중국·대만 간 무역 관계를 전망했다. 신문에 따르면 대만과 홍콩은 올해 안에 공식 외교 관계를 단절할 가능성이 크다. 홍콩은 이미 2주 전, 주(駐)대만 외교 공관 격인 경제무역문화판사처를 돌연 폐쇄했다. 홍콩 주재 대만 경제무역문화판사처도 올해 말이면 운영이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판사처는 비정부기구(NGO)지만, 교민 보호 업무를 맡는 등 사실상 총영사관 기능을 해 왔다. 양측이 실제 공관을 철수할 경우, 2011년 공식 대표부 개설 뒤 10년 만에 관계 단절로 들어서는 셈이 된다.
대만과 홍콩 간 긴장은 2년 전 싹트기 시작했다. 중국 특별행정구인 홍콩이 대만 판사처 외교관들을 상대로 '대만이 중국의 일부임을 선언하는 문건에 서명해야 비자를 발급하겠다'고 통보했던 것이다. 대만 외교관들의 서명 거부로 20명이던 판사처 직원 수는 현재 8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남은 이들의 체류 허가도 올 11월 말이면 만료된다.
절연은 중국 정부의 뜻이다. FT는 공식 대표부 철수가 베이징의 결정임을 홍콩 정부 관계자가 시사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홍콩 주재 대만 판사처를 불편하게 여기는 건 대만이 홍콩의 반(反)중국·반체제 운동을 부추기고 있다는 의심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송언롱(宋恩榮) 홍콩중문대 교수(경제학)는 FT에 “대만 판사처가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베이징의 판단”이라며 “과격한 홍콩의 민주화 시위 배후에 대만도 있고, 시위 타깃은 결국 베이징이라는 내용의 보고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의식한 대만 정부가 홍콩 민주화 인사들의 도피처를 제공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 조심하긴 하지만, 시민단체가 주체인 지원까지 굳이 막지는 않고 있다고 대만 고위 당국자는 전했다.
문제는 파장이다. 현재 대만 기업은 중국 본토의 ‘큰손’이다. 막대한 자금 투자는 물론, 고용 창출과 수출로도 이바지한다. 그런데 지금껏 이게 가능했던 건 홍콩이 다리 구실을 해줬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국 남부 공장에 부품을 공급하는 대만 기업들이 홍콩을 해상·항공 운송의 허브로 삼았고, 대만 투자자들은 규제 회피나 절세 목적으로 홍콩을 활용했다.
때문에 대만·홍콩 간 공식 채널이 차단될 경우 대만·중국 사이의 무역 및 투자 기회도 상당 부분 상실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예상이다. 대만 국책 연구기관인 중화경제연구원(CIER)의 리우멍쥔(劉孟俊) 제1연구소장은 “홍콩은 중국 본토로 사업을 확장하고 싶어하는 대만 기업뿐 아니라 대만 진출을 노리는 중국 기업의 발판이기도 했다”며 “공식 대표부가 사라진다면 작게는 문서 교류부터 번거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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