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발(發) 세대교체 바람에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 간 손익 계산이 분주하다. 국민의힘이 36세 당대표를 선출하자, 민주당에 '정체된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지면서 각 주자들의 명암이 엇갈리면서다. 당내 대선주자군은 10명 안팎이지만 '빅3'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50대 후반~70대 초반이다. 나이만 따진다면 당의 주력주자들이 세대교체의 주축이 아닌 대상에 해당한다.
5% 돌파한 박용진, 최대 수혜자?
현재까지 민주당 내 '이준석 바람'의 최대 수혜자는 박용진 의원이라는 데 별다른 이견은 없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주자 가운데 유일한 97세대(90년대 학번·1970년대생)로, 일찌감치 '용기 있는 젊은 대통령'을 기치로 내걸었다.
당초 그는 1% 안팎의 지지율로 이 지사, 이 전 대표, 정 전 총리 등에 뒤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를 받아 지난 11, 12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범진보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박 의원은 6.1%를 얻었다. 상승세를 타기 위한 1차 관문’으로 여겨지는 5% 벽을 넘어선 것이다. 이 지사(31.5%)와 이 전 대표(15.0%)만 박 의원을 앞섰다. 정 전 총리는 4.2%, 이광재 의원은 2.5%였다.
박 의원은 14일 광주 MBC 라디오에서 자신의 지지율 상승에 대해 "국민들의 마그마처럼 들끓고 있는 정치 변화에 대한 열망"이라며 "파죽지세로 더 밀고 나가겠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박 의원의 선전에 힘입어 40대 재선인 박주민 의원도 대선가도에 합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30세대 호감도 높은 이재명은 안심
여권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이 지사 측은 야권발 세대교체론이 오히려 입지를 공고하게 만들어줄 것으로 자신했다. 이 지사는 57세로 적지 않은 나이지만, 주요 경쟁 상대인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고 진취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25~27일 실시한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이 지사의 호감도는 20대 29.9%, 30대 54.6%를 기록해 여권 대선 주자 중 가장 높았다. 야권 유력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20대 22.6%, 30대 22.5%)에 비해 높았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젊은 층에서 호감도가 높다는 것은 적어도 '꼰대'로 인식되지 않고 있단 방증"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이 지사 측은 가능한 한 빨리 이 지사를 당의 전면에 내세워 야당과 혁신 경쟁을 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이 지사와 가까운 의원은 "반(反)이재명계의 주장대로 대선 경선을 연기해 우리끼리 싸우는 모습을 오래 노출할수록 '꼰대당' 이미지만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호 삐끗하면 '반사이익' 가능성도
71세인 정 전 총리와 69세인 이 전 대표 측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질수록 능력과 관계없이 이들의 경쟁력은 약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언급하면서 '장유유서' 발언으로 논란이 일었던 정 전 총리 측은 17일 정식 출마 선언을 앞두고 고심이 깊다. 정 전 총리 측 관계자는 "청년과 꾸준히 소통하며 '젊은 정치'를 추구해 왔다는 점을 내세워 정면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대교체론이 연륜 있는 주자들에게 불리하게만 작용하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향후 이준석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린다면 경륜과 중량감에서 앞선 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물리적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교체 대상'이 된 중장년층이 지지해 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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