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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구 사건' 불신 해소 요원한데 '청렴도 1등급' 외치는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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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구 사건' 불신 해소 요원한데 '청렴도 1등급' 외치는 경찰

입력
2021.06.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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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룡 경찰청장이 1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중·장기 반부패 추진계획 대국민 발표'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며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김창룡 경찰청장이 1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중·장기 반부패 추진계획 대국민 발표'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며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내부 시스템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나 국민적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청렴도 1등급 달성' '세계 10위권 청렴 경찰' 등 장밋빛 목표를 제시해 빈축을 사고 있다.

경찰청은 14일 대국민 발표를 통해 지난해 12월 출범한 반부패협의회 권고에 따라 마련한 중·장기 반부패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단기적으론 내년 국민권익위원회 주관 청렴도 측정 1등급 달성을, 장기적으론 2032년까지 세계 10위권 청렴 경찰 도약을 목표로 내세웠다. 지속 가능성·자율성·투명성·객관성·첨단성을 핵심가치로 삼아 △부패 기회 차단 △외부 부패 시도 처벌 △부패 행위자 편익 최소화 △내부 고발 활성화 및 감찰 기능 강화 △청렴한 조직문화 조성 등 기본 원칙 5가지도 제시했다.

경찰청은 특히 부패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찰 출신 변호사와의 사적 접촉을 통제하고, 내부 직원 간 사건 문의를 금지하는 게 대표적이다. 고위직 교류인사도 꾸준히 진행해 지역 토호세력과의 유착을 최소화하고, 경찰과 유착관계를 형성하려는 외부 시도도 선제적으로 막겠다고 밝혔다.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이 전 차관은 택시기사를 폭행한 후 블랙박스 등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연합뉴스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이 전 차관은 택시기사를 폭행한 후 블랙박스 등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연합뉴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세계적인 수준의 청렴성을 갖출 때까지 뼈를 깎는 노력을 지속해 모든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경찰이 되겠다"고 밝혔지만, 경찰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서울경찰청은 최근 이용구 전 차관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통해 이 전 차관 사건을 담당한 서초경찰서 A경사를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고, 윗선인 수사팀장과 형사과장, 서초서장 등 지휘라인에 대해선 "보고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김창룡 청장은 "담당 수사관의 부적절한 조치도 문제지만 지휘·관리하는 팀장, 과장, 서장 등이 제대로 확인하고 시정하지 못한 게 더 큰 문제"라며 자성했지만, '꼬리 자르기'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경찰 안팎에선 이용구 전 차관 사건을 축소·은폐하려고 한 사실이 드러났고,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두고도 의문이 가시지 않아, 경찰의 다짐에 신뢰감이 생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특히 경찰이 발표한 반부패 추진계획 중 상당수는 이미 있었던 내용을 제시한 것이라,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권력기관의 반부패 선언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이 전 차관 사건 처리 과정에서 경찰은 너무나 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며 "8급 공무원(A경사) 한 명을 척결해놓고 반부패 담론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문제 진단과 청사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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