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북측의 대외 메시지는 지난달 2일 한미를 향한 비난성 담화가 마지막이다. 그 사이 미국은 꾸준히 북한에 협상 재개를 요구했고, 이번엔 선진국 모임인 주요 7개국(G7)까지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국제사회의 거듭된 회유에 북한이 어떤 응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G7 정상들은 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에서 회의를 마친 뒤 발표한 공동성명 58번째에 북한 관련 내용을 담았다. 요약하면 “미국의 외교적 노력을 기꺼이 환영하고 북한도 대화에 참여하라”는 것이다. 외교에 초점을 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을 전폭 지지하겠다는 얘기다. G7은 또 저소득국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0억 회분 제공 의사도 밝혔는데, 여기에 북한도 포함됐다. 대화 테이블에 복귀하면 인도적 보상이 뒤따른다는 일종의 유화책이다.
한미뿐 아니라 G7까지 대북 메시지를 발신한 건 북한이 도통 입을 열 생각을 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측은 지난달 2일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미국의 적대적 대북정책 철회를 요구한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 담화 이후 사실상 대외 행보를 중단했다. 6월 상순 개최를 예고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3차 전원회의에서 북한 지도부의 의중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점쳐졌지만, 이마저도 감감무소식이다. 전원회의에서는 통상 정치, 경제, 조직, 대외정책 등 현안이 두루 다뤄진다.
현재로선 전원회의가 열려도 북한이 당분간 정세를 관망할 가능성이 높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G7의 영향력이 크긴 하지만,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가 아닌 만큼 북한의 변화를 견인할 핵심 변수는 아니라는 것이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선 정권 초반부터 북한이 원하는 적대 정책의 철회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북한도 메시지를 생략하면서 더 큰 양보를 기다리는 ‘북한판 전략적 인내’를 활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북한은 G7 정상회의 직전인 11일 열린 당 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도 “급변하는 조선반도 주변 정세에 맞게 혁명무력의 전투력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강조해 대화의 전제는 미국의 결단에 달려 있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일각에선 북한이 인터넷 매체 등 비공식 채널을 통한 ‘낮은 수준’의 반발을 보여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G7 공동성명의 핵심은 중국에 대한 견제이고, 북한은 한층 밀착한 북중관계를 고려해 중국을 두둔하는 간접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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