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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의 빅탈세

입력
2021.06.14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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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제프 베이조스(왼쪽부터)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팀 쿡 애플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AP 연합뉴스

제프 베이조스(왼쪽부터)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팀 쿡 애플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AP 연합뉴스

구글이 지난해 국내에서 올린 애플리케이션 관련 매출은 5조 원도 넘는다는 게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의 추정이다. 그러나 구글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이 2,201억 원에 불과하다고 공시했다. 낸 세금도 고작 97억 원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구글은 국내 매출과 이익을 싱가포르 자회사로 돌리고 있다. 한국엔 사업장(서버)이 없다고 설명하지만 싱가포르의 법인세율(17%)이 한국(25%)보다 낮은 게 진짜 이유다. 사실상 탈세다.

□ 구글만 그런 건 아니다. 페이스북코리아 35억 원,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22억 원 등 다른 빅테크 공룡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낸 세금은 모두 쥐꼬리보다 작다. 우리나라뿐 아니다. 이들은 다른 나라에서도 막대한 이익을 세율이 낮은 국가의 자회사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피한다. 빅테크 기업의 빅 탈세 기술(테크)이다.

□ 애플도 빠지지 않는다. 애플의 아일랜드 자회사 2곳은 미국 애플 본사와 '공동 연구 개발'이란 형식을 통해 지식재산권 소유자가 됐다. 이렇게 하면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애플 지식재산권의 사용료가 아일랜드 자회사로 흘러간다. 아일랜드 법인세는 다른 나라의 절반도 안 되는 12.5%다. 더구나 아일랜드 자회사 중 1곳은 주소를 카리브해의 버진아일랜드에 뒀다. 이곳은 유명한 조세회피처로, 법인세가 아예 없다. 세무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2개의 아일랜드 자회사 사이엔 네덜란드 자회사까지 끼워 놓았다. 아마존도 해외 다국적 기업엔 별도의 세제 우대 혜택을 주는 룩셈부르크 자회사로 이익을 집중시킨다.

□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이번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최저 법인세율 15% 합의가 이뤄졌다. 공동성명에는 다국적 기업이 이익률 10% 초과분의 최소 20%를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 세금으로 내도록 하자는 내용도 포함됐다. 겉으론 환영 반응을 보인 빅테크 공룡은 속으론 더 교묘한 탈세 테크를 개발해 또다시 빠져 나가려 할 것이다. 우리 정부도 정당한 과세를 위해 철저한 준비에 나서야 한다. 한국이 더 이상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의 탈세 천국이 돼선 곤란하다. 세금은 곧 주권이고 그 자체가 국가다.

박일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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