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사용 종료 시한' 등 구체적 결정 없어
저소득국 연간 1000억 달러 지원도 미흡
선진국의 ‘탄소 중립’ 선언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뿐일까.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한목소리로 기후변화 대응을 외쳤지만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대(對)중국 압박ㆍ북한 대응 같은 굵직한 이슈에선 큰 틀에서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기후변화의 핵심인 ‘탄소배출량 감축’과 개발도상국 재정 지원을 두고는 겉핥기식 대책만 내놓은 탓이다. 세계가 직면한 주요 문제를 외면한 ‘반쪽짜리 결과’라는 지적이다.
1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영국 콘월에서 나흘간 이어진 G7 정상회담 결과 중 기후 대응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참가국 정상들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지구온난화 주범인 석탄 연소를 두고 ‘화석연료 사용 종료’ 같은 가시적이고 뾰족한 해법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게 요지다. 이날 G7 정상들은 “늦어도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0)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총동원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 이하로 제한하고, 탄소 저감장치를 갖추지 않은 석탄 발전에서 탈(脫)탄소화 발전 시스템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는 데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환경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치가 여전히 미흡하다고 진단했다. 의장국인 영국이 지난달 비공식 실무협의 과정에서 회원국에 2030년까지 석탄 화력발전소를 전면 폐기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이번 회의에선 화석연료 사용에 단호한 대응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컸다. 올해 석탄 수요가 4.5% 늘어날 것이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망마저 나오면서 석탄 발전에 대한 경각심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구속력 있는 합의나 일정에 이르지 못하면서 실망도 커진 것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세계 기후 오염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7개 국가가 정작 구체적인 석탄화력 발전 사용 종료 시한은 합의하지 못했다”며 “정상들의 최종 언어(공동성명)는 모호한 수사에 그쳤다”고 꼬집었다.
특히 미국과 일본을 겨냥한 비판이 거세다. G7 회원국 중 석탄 화력발전 폐지 목표를 제시하지 않은 나라는 미국과 일본뿐이다. 프랑스(2022년), 영국(2024년), 이탈리아(2025년), 캐나다(2030년), 독일(2038년)은 모두 사용 중지 일정을 세워두고 있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탄소배출국인 미국과 석탄이 발전 연료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일본 등 의존도가 높은 두 나라가 적극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그야말로 ‘맥’이 빠진 셈이다.
문제는 두루뭉술한 결정이 가져올 파장이다. 선진국 내에서도 단일 대오를 이루지 못하면서, 올해 11월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개발도상국이 협조하지 않을 공산도 크다. 제니퍼 모건 그린피스 사무총장은 “G7이 역사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던 순간에 거대한 공백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저소득 국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돈을 풀겠다는 공약 역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날 참가국 정상들은 개도국 탄소 감축을 돕기 위해 2025년까지 연간 1,000억 달러(약 112조 원)를 지원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그러나 이 역시 2009년 코펜하겐 합의의 ‘재탕’에 불과한데다, 지구온난화 위기를 만든 주범인 부국들이 턱없이 부족한 액수를 제시했다는 게 개도국의 주장이다. 말리크 아민 아슬람 파키스탄 기후변화부 장관은 “G7이 약속한 금액은 이미 현실화한 대재앙을 감안하면 ‘쥐꼬리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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