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POT.TB 검사법으로 잠복 결핵을 검사하고 있는 모습. 씨젠의료재단
우리나라는 여전히 ‘결핵 후진국’이다. 특히 결핵 유병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이래 25년째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아직도 하루 평균 65명 이상이 새로 결핵 진단을 받는다. 결핵으로 인한 사망률도 2위다.
우리나라 결핵 유병률이 높은 것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잠복 결핵’ 탓이 크다. 잠복 결핵은 결핵균에 감염됐지만 실제 발병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잠복 결핵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는 않지만 면역력이 떨어지면 언제든지 발병돼 주위 사람들을 전염시킬 수 있다.
이 같은 잠복 결핵 감염(latent tuberculosis infectionㆍLTBI)은 흉부 X선 검사와 객담(喀痰) 검사로는 진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인체 내 결핵균에 대한 면역세포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별도 검사를 해야 한다. ‘투베르쿨린 피부 반응 검사(tuberculin skin testㆍTST)’와 ‘인터페론감마 분비 검사(Interferon-Gamma Releasing AssayㆍIGRA)’가 대표적이다.
투베르쿨린 피부 반응 검사는 수십 년 전부터 사용하고 있는 잠복 결핵 검사다. 투베르쿨린 용액을 팔의 안쪽 피부에 주사 후 48~72시간 후에 주사 부위가 단단해지는 정도를 측정해 진단한다.
이 때문에 검사 절차가 다소 번거롭다. BCG 예방접종이나 비결핵성 항상균 감염으로 인해 실제 음성이나 위양성(음성이 검사를 잘못해 양성으로 나타난 경우)으로 나올 수 있는 문제도 있다.
반면 IGRA는 혈액검사로, 한 번 채혈로 잠복 결핵을 진단할 수 있어 의료기관을 다시 찾을 필요가 없어 환자 입장에서 편리하다. 이 검사는 수검자 혈액 속 면역세포의 일종인 T 림프구를 결핵균의 특이 항원과 반응시키면 인터페론 감마(interferon-γ) 물질이 분비되는데 이를 측정해 수검자가 결핵균에 노출된 적이 있는지 알아낸다. 체외 검사이므로 약물 주입으로 인한 이상 반응 위험성이 없고, 결핵 예방을 위해 유아기에 필수로 맞는 BCG 백신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아 정확도가 높다.
이 때문에 미국ㆍ유럽 등에서는 잠복 결핵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IGRA 검사법을 우선으로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IGRA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기준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만성콩팥병으로 투석(透析) 중인 환자나 류마티스 관절염 등을 치료하기 위해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는 환자 등 결핵 발병 고위험군이라면 희소 난치성 질환의 산정 특례가 적용돼 환자는 10%의 검사비만 내면 된다.
한편 대한소아감염학회는 최근 결핵 감염에 취약한 5세 미만 어린이(평생 위험률 40~50%)의 잠복 결핵 검사의 최신 지견을 공유하는 자리(‘Pediatrics LTBI Advisory board meeting’)를 마련했다.
학회는 이 자리에서 IGRA 검사 가운데 ‘엘리스팟-이그라 검사법(혈액 속 특정 세포 수ㆍ모양 등을 분석해 결핵을 진단)’인 T-SPOT.TB 검사가 소개됐다. 영국 ‘옥스퍼드 이뮤노텍’사가 개발한 이 검사법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2세 이상에서 유일하게 잠복 결핵 검사를 할 수 있게 됐다.
IGRA 검사는 잠복 결핵 검사로 많이 쓰이고 있지만 5세 미만에서는 IGRA의 민감도가 TST 검사보다 떨어질 때가 있어 사용이 권고되지 않았다.
이수종 옥스퍼드 이뮤노텍 한국지사장은 “T-SPOT. TB 검사로 어린이의 잠복 결핵 검사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고 했다.
은병욱 을지의대 소아감염과 교수는 “이번 자리는 어린이가 앓고 있는 잠복 결핵 검사의 한계 및 중요성을 되짚어 보고, 국내 결핵 진료 지침을 논의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대한소아감염학회는 최근 결핵 감염에 취약한 5세 미만 어린이의 잠복 결핵 검사의 최신 지견을 공유하는 모임을 가졌다. 대한소아감염학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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