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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 반영인가? 이기주의 실현인가? 주민소환제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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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 반영인가? 이기주의 실현인가? 주민소환제의 명암

입력
2021.06.14 04:00
수정
2021.06.14 10:2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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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추진 주민소환 119건
지역이기주의 등 공감대 못 얻어
주민투표까지 간 사례 고작 10건
요건 완화한 '주민참여 3법' 추진
현실화 땐 주민소환 더 늘어날 듯
"배임·직권남용 등 사유 구체화해
개인적·정치적 목적 남발 막아야"

김종천 과천시장이 9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공터에서 주민소환투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종천 과천시장이 9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공터에서 주민소환투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정부의 23번째 부동산정책인 8ㆍ4대책에 경기 과천 주민이 반발, 주민소환투표 추진으로 김종천 시장의 직무정지 1주일을 맞았다.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에 4,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시장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민이 소환에 나선 것이다. 이번 사태를 놓고 ‘일 못하는 단체장 임기 전에 해직할 수 있도록 한 주민소환투표제의 긍정적인 기능’이라는 평가와 함께 ‘지역 이기주의 실현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13일 행정안전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현재 과천시장을 포함, 전국에서 3명의 단체장에 대한 주민소환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과천시장에 대해선 주민투표가 30일로 확정됐고, 이천시장, 가평군수에 대해선 주민소환투표 발의를 위한 서명 작업이 진행 중이다.

제도 도입 이래 지금까지 추진됐거나 추진된 주민소환은 119건 달한다. 대부분 개인·지역의 이익과 관련된 정책·사업 문제와 관련돼, 주민투표까지 간 사례는 10건에 불과하다. 주민 공감대를 얻지 못해 투표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청구인 총수의 10~20% 이상 서명 시 발의할 수 있고, 요건을 충족하면 선거관리위원회는 주민소환투표를 실시한다.

투표는 10건 “대부분 공감 못 얻고 종결”

이천시와 가평군에서는 화장장 건립에 반대해 주민들이 각각 엄태준 시장과 김성기 군수에 대한 주민소환투표 청구인 서명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민의의 반영’이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주민소환제가 지역 이기주의에 악용되고 있다는 데 있다. 2007년 하남시 주민소환투표가 대표적이다. 주민 혐오시설인 화장장 유치 예산안을 통과시켰다는 이유로 당시 유신목·임문택 전 하남시의원이 직을 상실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하남의 경우 개인의 이익과 공익이 충돌한 사례"라며 "항상 공익이 우선돼야 하는 건 아니지만 주로 개인의 이익에 의해 움직여지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해 11월 광주시에서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대상 부지에 포함된 토지 소유주들이 “광주시가 불통 행정을 하고 있다”며 이용섭 시장 주민소환 절차에 들어갔지만 흐지부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은숙 부산진구청장에 대해선 “주민등록주소지 말소 등 청구인 가족을 말살한다”는 이유로 주민소환이 추진된 바 있다.

필요한 서명인 수를 채워 주민투표가 이뤄지면 비용은 세금으로 충당된다. 지난해까지 10차례의 주민소환투표 관리에 해당 지자체들은 모두 29억500만 원을 썼다. 회당 비용이 3억 원가량 든 셈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는 소요한 비용으로 한정한 것”이라며 “납부를 요구한 금액은 이보다 더 크다”고 말했다.

문제 있지만 순기능 ‘무시 불가’

간접민주주의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순기능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실제 2015년 성추행 및 금품무마 혐의로 기소된 서장원 전 포천시장에 대해 주민소환이 추진돼 시장직을 상실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의 유죄 판결로 투표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비리를 저지른 단체장에 대해 시민들이 직접 대응에 나서면서 다른 지자체에 경종을 울리는 효과를 냈다.

또 2008년 전남 장성군에서는 군의원 4명이 ‘감정적’으로 의사봉을 휘둘러 노인과 농업 관련 예산 44억 원을 삭감하면서 주민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당시 이들은 지역민과 갈등을 빚다 주민들이 주민소환투표를 추진하자 사태를 ‘예정했던 대로’ 돌려놓기도 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지자체장이 역할을 잘 수행하지 못할 경우 다음 선거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며 "이와 같은 '시간의 지연'을 극복할 수 있는 게 주민소환이고, 이는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주민소환투표’ 쏟아진다

실제 올 연말 발효를 앞두고 있는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에 맞춰 주민소환은 보다 활발하게 일어날 전망이다. 지방분권 강화와 함께 의회와 집행부에 대한 주민들의 감시, 견제장치도 커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인식에 따라 주민투표법과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등 이른바 ‘주민참여 3법’이 추진되고 있다. 법안이 처리될 경우 현행 개표요건인 '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 투표’가 ‘4분의 1 이상 투표’로 완화된다.

김순은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장은 “’시민의 이익’에 반한다며 주민소환투표가 추진되지만 그것이 공익인지 사익인지를 판단하는 과정이 투표”라며 “투표까지 진행될 경우 예산 낭비는 물론 지역 주민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문제가 수반된다”고 말했다.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김 위원장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제한적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주민소환 청구 사유를 법에서 명시, 남발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주민소환 사유를 △배임 △직권남용 등으로 한정하고 있는 미국이나 독일처럼 우리도 주민소환을 추진할 수 있는 분야를 명문화해야 남발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구사유를 구체화해 주민소환제 악용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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