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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은의 야구민국] 경북고 "전통 강호의 면모 보여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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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은의 야구민국] 경북고 "전통 강호의 면모 보여줄 것"

입력
2021.06.12 11:20
수정
2021.07.29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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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래, 류중일, 이승엽 등 스타의 산실?
이준호 감독 "희생, 배려 아는 선수가 우선"


경북고등학교 야구팀이 경기 후 포즈를 취했다.

경북고등학교 야구팀이 경기 후 포즈를 취했다.

메이저 대회 우승컵만 21회 들어 올린 고교 야구 최강자는? 야구에 관심 있는 기성세대에게는 너무 쉬운 문제다. 정답은 경북고등학교다. 경북을 넘어 전국을 호령한 야구 명문이자, 지금도 수도권 팀들이 이름만으로도 부담을 느끼는 전통의 강호다.

배출한 선수만 보더라도 김성래, 강정길, 류중일, 김현욱, 강동우, 배영수, 이승엽, 김강민, 원태인 등 일일이 나열하기 벅찰 정도다. 1983년 프로 야구 신인 드래프트가 생긴 이래로 현재까지 프로야구 선수만 117명을 배출했고, 그중 프로 1차 지명만 26명이나 나왔다. 아직도 야구 명문 하면 경북고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은 가장 중요한 이유다.

최근 들어 수도권에 선수들이 몰리면서 예전만큼의 성적은 내지 못하고 있지만 프로 지명 선수를 보면 여전히 최고의 명문고 반열에 우뚝 서 있다. 항간에는 "당장의 성적보다 프로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프로팀에서 군침을 흘리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대회 성적과 관련해서도 올해 초부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명문고야구열전에서 우승기를 가져왔다. 또한 전국 규모 대회의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전반기 주말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부임 3년 차인 이준호 감독은 이런 팀의 비상(飛上)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인물이다. 고교 야구팀의 경우 감독이 자기 색깔을 빚어내는데 보통 3년이 걸린다고 이야기한다. '이준호 야구'의 진면목이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동문들이 경북고 야구의 중흥을 기대하며 설레고 있는 이유다.


경북고 이준호 감독. 그는 "희생과 배려를 아는 선수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경북고 이준호 감독. 그는 "희생과 배려를 아는 선수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성적보다 중요한 건 학교 생활, 인성

"성적이 중요한 건 아니죠."

성적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놓은 감독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였다. 게다가 "학교 야구가 프로야구 양성소가 되면 안 된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는 "한 곳에 치중해서 아이들을 몰아쳐서는 안 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마음에 품고 있는 꿈은 각자 다릅니다. 프로 야구를 목표로 잡고 뛰는 선수들부터 대학에 진학해 지도자를 꿈꾸는 선수, 혹은 이도 저도 아닌 전혀 다른 방향의 꿈을 가지고 있는 선수도 있습니다. 전국대회 우승 트로피보다는 아이들 한명 한명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돕는데 더 무게를 두고 싶습니다."

야구팀 훈련 일지만 봐도 남다른 점을 느낄 수 있다. 전통 있는 학교답게 눈치 보지 않고 자신만의 원칙과 색깔을 견지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우선 훈련 시작이 오후 3시다. 6교시 수업을 모두 마친 후 선수들이 운동장에 모인다. 다른 고교팀과 비교할 때 느직한 시작이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게 하려는 학교 방침에 따른 까닭이다.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늘 학교 생활에 충실하라고 강조한다. 이를테면 수업 열심히 듣고, 반 친구들과도 친하게 지내라는 주문이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사회에 나가서 학교에 대한 강한 소속감 혹은 연대의식을 가지도록 돕는 것 또한 감독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제가 야구할 때와는 많이 다릅니다. 집안이 어려운 학생은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한 자녀 가정이 많아 학부형들의 애정과 관심도 높구요. 그러다 보니 협동심이나 배려의 부분에서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학생을 스카웃할 때 선수의 기량과 함께 인성, 때로는 부모님의 성향과 인성까지 체크합니다. 입학 후 부적응 및 단체 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야구가 단체 스포츠인 만큼 모두가 힘들어지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입니다."

그는 "감독의 입장만 내세운다면 성적이 최고겠지만, 인성적인 부분이 경력에서 음으로 양으로 얼마나 많은 몫을 차지하는지 몸소 경험한 만큼 그 부분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승패에 대한 관념 또한 교육적이다. 이 감독은 "학생 야구에 맞는 야구를 한다"는 표현을 썼다.

"'승리하면 조금 배울 수 있다, 하지만 패배하면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야구 격언이 있습니다(크리스 매튜슨). 실패도 해보고 시행착오도 거치면서 희생과 배려, 그리고 인내를 배웁니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올 때도 있고, 내가 실수해서 팀에 피해를 끼쳤는데 동료들의 도움과 희생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승패에 대한 집착만 내려놓으면 야구에는 배울 게 참 많습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야구는 인생과 참 묘하게 닮아 있습니다. 대학도 좋고 프로 선수도 멋지지만, 학교에서의 활동은 야구를 통해 한 인간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준호 감독의 야구 색깔

학교와 감독이 나름의 지도 철학을 이어가는데 있어 가장 부담스러운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동문들의 기대다. 잘할 때는 가장 든든한 후원군이지만, 아쉬운 구석이 있으면 매섭게 몰아친다. 동문의 바람은 당연히 학교 팀이 부각되고 대중의 주목을 받는 것이다. 라이벌 학교와의 대결에서 패배하는 모습도 보기 싫어한다. 이 감독은 동문의 기대에 대해서 "근본적인 지도 철학을 흔들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부담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야구 감독이 어디 있겠습니까. 명문 야구부 감독의 숙명이라고 생각해야죠."

이 감독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관심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달라진다”면서 “스트레스와 행복감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90년대 초 경북고가 전국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쥘 때 투수진의 핵심 멤버였다. 당시에 같이 활약한 멤버가 이승엽 선수였다. 프로에 진출해서는 날카로운 제구력을 갖춘 사이드암 투수로 중간 계투진에서 알토란 같은 역할을 했다. 그런 만큼 투수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투수 조련에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가 많은 것도 그런 이유다.

단적인 예가 올해 주말리그 지역 예선이었다. 사실상 주말리그 결승전이라 불린 대구고와의 경기에서 경북고는 3명의 투수들이 연이어 올라와 9회까지 피안타 제로를 기록했다. 3명의 투수가 올라와 팀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다.

"대구고와는 최근 라이벌 무드 아닙니까. 긴장 많이 했죠. 상대팀에 부상 선수가 많았고 코치가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우리팀에 운이 따랐습니다."

이 감독은 자세를 낮추었지만 세간에서는 "이준호 감독의 색깔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야구는 훌륭한 인생공부의 장

얼마 전 불의의 일격을 받았다. 올해 첫 전국 메이저 대회인 황금사자기 전국 고교야구 대회 1회전에서 부산의 부경고에게 패했다. 이후 훈련장에는 삭발을 한 선수들이 눈에 띄었다. 의외의 일격을 당한 몇몇 3학년 선수들의 의지의 표출인 듯했다.

"이 모든 것이 다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승리도 패배도 모두 반드시 배워야 할 야구의 한 부분입니다. 다만 그 과정에 얼마나 충실한가가 한 인간으로서의 성숙을 결정할 것입니다. 감독으로서도 비싼 수업료를 냈다고 생각하지만, 후배들에게 두고 두고 약이 될 경험을 주었다고 생각하고 훌훌 털었습니다. 선수, 감독 할 것 없이 한 마음으로 똘똘 뭉친 만큼 동문들의 기대에도 곧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책에 보니까 '하버드를 졸업하면 모든 게 쉬워진다'는 말이 있더군요. 야구가 그렇습니다. 훈련과 경기, 그리고 승과 패라는 혹독한 과정을 거치면 모든 게 쉬워집니다. 야구부원이 아니면 누릴 수 없는 훌륭한 인생 공부입니다."


3학년 진승현 선수. 투수진의 핵심 전력이다. 박상은 기자

3학년 진승현 선수. 투수진의 핵심 전력이다. 박상은 기자


3학년 박상후 선수.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는 투수다. 박상은 기자

3학년 박상후 선수.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는 투수다. 박상은 기자


3학년 김상진 선수. 공격력이 뛰어나고 3루 수비에서도 수준급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박상은 기자

3학년 김상진 선수. 공격력이 뛰어나고 3루 수비에서도 수준급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박상은 기자


3학년 차재현 선수. 포수를 맡고 있고 빼어난 공격력을 자랑한다. 팀의 주장이다. 박상은 기자

3학년 차재현 선수. 포수를 맡고 있고 빼어난 공격력을 자랑한다. 팀의 주장이다. 박상은 기자


2학년 박한결 선수. 외야수를 맡고 있다. 가장 기대되는 선수 중 한명이다. 박상은 기자

2학년 박한결 선수. 외야수를 맡고 있다. 가장 기대되는 선수 중 한명이다. 박상은 기자


1학년 이승현 선수. 경북고가 자랑하는 다크호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선수다. 박상은 기자

1학년 이승현 선수. 경북고가 자랑하는 다크호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선수다. 박상은 기자




박상은 기자 subutai117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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