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파리오페라발레단(BOP) '에투알'로 승급
창단 352년 만의 최초 아시아인 수석무용수
발레 종주국 프랑스를 대표하는 파리오페라발레단(BOP)에서 한국인 무용수가 '별'을 달았다. 이 발레단에서 활동 중인 발레리나 박세은(32)이 '에투알(Etoile)'로 승급했다. 프랑스어로 별이라는 뜻의 '에투알'은, 발레단에서 최고의 무용수를 일컫는 말이다. '세계 3대 발레단' 중 하나이자 350여 년 전통을 자랑하는 BOP에서 아시아 출신의 '에투알' 탄생은 최초다.
11일 무용계에 따르면 박세은은 전날 프랑스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에서 개막한 BOP의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이 끝나고 '에투알'로 지명됐다. 박세은은 이 공연에서 주역인 줄리엣 역을 맡았는데, 공연 직후 무대에서 알렉산더 네프 BOP 총감독이 박세은을 '에투알'로 지명했다.
1669년 설립된 BOP에는 모두 5단계의 무용수 등급이 있다. 카드리유(군무)-코리페(군무 리더)-쉬제(솔리스트)-프리미에 당쇠르(제1무용수)-에투알(최고스타)로 나뉜다. 국내에서 흔히 수석무용수에 대응하는 '프리미에 당쇠르'까지는 시험을 통해 승급하지만, 발레단의 간판인 에투알은 발레단 자체 심사를 거쳐 지명한다. 박세은의 '에투알' 승급은 그가 2011년 준단원으로 입단한 지 10년 만이다.
특히 이번 박세은의 승급은 보수적인 프랑스 발레계의 관행을 깨트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발레의 발상지는 이탈리아지만, 루이 14세 시대를 정점으로 발레가 예술로서 집대성된 곳은 프랑스다. 그런데 프랑스의 경우 독일 등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자국민이나 유럽 출신 무용수를 기용하는 경향이 짙었다. 이 때문에 '에투알' 자리를 한국인 무용수가 꿰찼다는 사실만으로도 '세계 발레계의 새 역사를 썼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세은의 비상은 일찍이 예견된 일이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인 박세은은 2007년 스위스 로잔콩쿠르와 2010년 불가리아 바르나 콩쿠르 등에서 우승하며 일찍이 재능을 인정받았다. 2018년에는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꼽히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시상식에서 최고 여성무용수상을 받았다.
국내 무용계는 "방탄소년단(BTS)의 빌보드 석권만큼이나 한국의 국격을 드높인 낭보"라며 축제 분위기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은 "어릴 적부터 맡은 역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을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무용을 만들어 낼 줄 알았다"며 "기술적인 장점은 물론이고 겸손한 인성까지 돋보이는 무용수"라고 말했다. 박세은은 대학생 때였던 2010년 유니버설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공연에서 주역으로 깜짝 발탁되며 스타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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