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러 '카노푸스V 위성' 이란 공급" 보도
정상회담 앞둔 미러 관계에 악재 작용하나
'이란 핵합의 재가입 반대' 美여론 커질 수도
러시아가 이란에 첨단 위성시스템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는 16일로 예정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첫 회담을 닷새 앞두고 터진 이 소식이 미러 관계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전망이다. 이란이 위성시스템을 통해 첩보 능력을 키우면 미국 입장에선 핵 문제 외에 이란발(發) 골칫거리가 하나 더 늘게 되는 탓이다
WP는 이날 미국과 중동의 전ㆍ현직 관리들을 인용해 “러시아가 고해상도 카메라를 장착한 자국 위성 카노푸스V 장비를 몇 달 안에 이란에 공급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1.2m 해상도의 카메라를 포함한 러시아 하드웨어로 무장한 이란의 새 위성은 러시아에서 발사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첨단 시스템을 활용하면 이란은 페르시아만 정유공장과 이스라엘 군사기지, 이라크 미군 주군기지 등을 지속적으로 감시할 수 있게 된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와 관련, 논평 요구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익명의 소식통들은 “올봄에 러시아 전문가들이 이란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란 북부 도시 카라지 인근에 새로 설립된 시설에서 위성 작동을 담당할 인력 훈련을 돕기 위해서다. 이미 2018년부터 이란 혁명수비대가 여러 차례 러시아를 찾는 등 양국은 오랜 기간에 걸쳐 위성 협력을 추진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내 군 기득권층에 있어 ‘러시아제 첨단 위성’은 천군만마나 다름 없다. 몇 차례 실패 끝에 발사에 성공한 토종 군사위성 ‘누르1’은 낮은 성능 탓에 ‘추락하는 웹캠’이라는 조롱까지 받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비록 미국 군사위성보다는 저성능이라고 해도, 러시아가 제작한 새 위성이 이란의 정밀한 탄도미사일ㆍ무인기(드론) 등 기술과 접목하면 이란 군사력엔 큰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역내 이란의 영향력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나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와 시리아의 시아파 민병대까지 친(親)이란 무장단체들과 위성으로 수집한 군사 정보를 공유할 가능성이 높다고 WP는 분석했다.
다만 이 같은 러시아ㆍ이란의 협력은 최근 긴장 완화 국면으로 향하던 미러 관계엔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신(新)냉전 기류를 보였던 미국과 러시아는 오는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후 첫 정상회담을 열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대화를 시작하기도 전에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진 셈이다.
게다가 현재 진행 중인 이란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ㆍJCPOA) 협상에도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이란의 군사적 야욕을 이유로, 미국 내 핵합의 반대론자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어서다. 바이든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탈퇴한 이란 핵합의 재가입을 위해 최근 오스트리아 빈에서 합의 당사국들과 협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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