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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한 군법 체계

입력
2021.06.11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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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군사법원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국회에 요청했다. 사진은 서울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연합뉴스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군사법원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국회에 요청했다. 사진은 서울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연합뉴스


군형법에는 사형 외에 처벌 규정이 따로 없는 죄가 몇 가지 있다. 특이하게 적진도주와 전지(戰地)강간이라는 범죄가 그렇다. 그러나 적진으로 도주한 경우는 체포해서 처벌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적용 사례가 거의 없다. 전투지역 강간과 관련해서는 베트남전 당시 실제 사형을 선고했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군법무관 출신 법조인들에 따르면 국내로 송환된 피고인 대부분이 상급심에서 감형되면서 역시 엄격히 적용되지는 않았다. 지휘관의 재량 감경 덕분이다.

□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군대 사법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현행 군법은 지휘관이 중심에 있다. 군검찰은 부대 지휘관 소속이라 구속영장 청구까지 지휘관 승인을 받아야 한다. 1심을 진행하는 보통군사법원에서는 군단장이 관할관으로서 재판 전반에 관여할 수 있다. 일반장교를 심판관으로 지정해 재판에 개입하는 것은 물론, 재판부가 결정한 형량을 3분의 1 미만 범위에서 감경하는 권한까지 행사한다. 솜방망이 처벌이나 제 식구 감싸기 등 군사법원 재판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분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 군법 운용에서 더 큰 문제는 재판의 핵심 당사자가 한 통속이라는 점이다. 군인 신분의 군법무관들이 1~2년 군사법원 판사를 지내면 지휘관의 법무참모나 군검찰 검사로 이동하는 식이다. 심지어 군검사와 군판사는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고 있다. 국선변호사도 군사법원 소속의 군법무관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같은 부대 소속의 군법무관들이 군검사와 국선변호장교, 군판사로 역할만 바꿔 기소하고 변호하며 판결하는 이해할 수 없는 구조’라고 비판하며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 마침 여권이 군 사법제도 전면 개편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군인이라도 2심부터는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고등군사법원을 폐지하고 지휘관이 재판에 관여하는 관할관 제도를 없애자는 게 핵심 방향이다. 보수 진영에서는 군대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지만, 전시도 아닌 평시에 사법을 지휘권 아래에 둘 일은 아니다. 세계적으로도 평시 군사법원 운용은 드물고, 군사범죄가 아닌 이상 민간법원에서 재판하도록 일원화하는 추세다.

김정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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