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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갈등으로 속앓이하는 스타트업

입력
2021.06.12 09: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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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진
최연진IT전문기자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요즘 신생기업(스타트업)들의 최고경영자(CEO)와 직원들을 만나면 흔히 듣는 이야기가 노사 갈등이다. 스타트업의 노사 갈등은 CEO와 직원들 간에 의견 차이가 업무 형태와 조직 문화로 이어지며 일어난다.

대학 졸업 후 바로 전자상거래 스타트업을 창업해 회사를 키운 A 대표는 열정적으로 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밤 늦은 시간이나 휴일에도 일하며 직원들에게 이메일 또는 메신저를 수시로 보내 의견을 나눈다. 그렇다 보니 이 과정에서 직원들과 보이지 않는 갈등이 발생한다.

A씨는 스타트업이라면 남들과 똑같이 일해서 성공하기 힘드니 그 이상 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반면 직원들은 다르다. 창의적 사고를 키울 수 있는 자유로운 근무 환경 및 일과 휴식의 적절한 안배를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업무 유연성이 스타트업의 특징이라고 보는 것이다. 결국 일부 직원들은 A씨의 높은 열정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했다.

이런 문제는 이 회사뿐만이 아니다. 대기업과 다른 환경을 꿈꾸며 스타트업에 입사한 사람들 중에 스타트업의 높은 업무 강도를 견디지 못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스타트업의 상당수는 대기업 같은 조직을 갖추지 못해 직원들이 여러 가지 일을 혼자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대신 스타트업 CEO들은 성공하면 쿠팡이나 우아한형제들처럼 주식 상장이나 인수·합병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반대 급부로 제시한다. 다만 그 과정이 힘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CEO와 직원들 생각이 달라 갈등 끝에 퇴사하거나 지방 노동청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과연 이런 문제들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경험 많은 CEO들과 경영 전문가들이 갈등을 줄이기 위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비효율적 일처리를 줄이는 명확한 업무 지침(job order)이다. 기업 출신의 스타트업 대표 B씨는 “8시간 근무제는 그날의 일을 8시간 안에 할 수 있도록 업무 설계를 하라는 뜻”이라며 “개인별로 8시간 내에 맡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업무 지침을 명확히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많은 외국기업은 퇴근 전 그날의 업무를 복기하며 점검하는 '데일리 빌드'를 한다. 이를 통해 잘한 것과 그날 마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일들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구성원들이 서로 점검한다. 외국 IT 기업에서 다년 간 일하고 스타트업의 기술총괄(CTO)을 맡은 C씨는 “데일리 빌드는 날마다 치르는 쪽지시험 같아 힘들다”며 “그럼에도 구성원들이 과외 노동을 하지 않도록 업무의 비효율성을 확실하게 줄인다”고 말했다.

성형 정보 앱 ‘강남언니’로 유명한 스타트업 힐링페이퍼도 유사한 ‘컨티뉴 스톱 스타트’(CSS) 제도를 운영한다. 3~6개월 간격으로 구성원들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등 업무 효율성을 서로 점검한다. 힐링페이퍼 관계자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방식을 도입한 것”이라며 “CSS를 통해 효율적 회사 운영에 문제가 있다면 대표에게도 혹독한 지적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데일리 빌드를 제대로 하려면 분야별로 적절하게 업무를 분배해 책임지고 이끌 수 있는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직원 10명 미만의 스타트업이 아닌 이상 대표가 일일이 구성원들의 업무를 점검하기 힘들다. 그래서 요즘 스타트업들은 대기업 등에서 조직관리 경험자들을 적극 영입한다. 결국 대표와 직원들의 관점이 달라서 발생하는 스타트업의 노사 갈등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만큼 CEO의 세심한 조직관리가 필요하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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