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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치매 치료제' 하세월인데…미국서 첫 신약, 개발 불 지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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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치매 치료제' 하세월인데…미국서 첫 신약, 개발 불 지필까

입력
2021.06.15 04:30
수정
2021.06.15 16: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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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첫 '치매 치료제'…현지 논란 있어도
국내 개발 시장에 미칠 영향에 촉각
삼성바이오 위탁생산 가능성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7일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과 일본 제약사 에자이가 공동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아두카누맙'을 승인했다. 사진은 아두카누맙 상품명인 '애듀헬름' 약병과 포장 상자. 바이오젠 제공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7일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과 일본 제약사 에자이가 공동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아두카누맙'을 승인했다. 사진은 아두카누맙 상품명인 '애듀헬름' 약병과 포장 상자. 바이오젠 제공

'미지의 영역'으로 불리는 치매(알츠하이머병) 정복에 청신호가 켜졌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7일(현지시간)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과 일본 제약사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아두카누맙(aducanumab)'을 조건부 승인하면서다. 미국 의약계에서 승인 과정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지만 인류 첫 치매 치료제는 현실로 다가왔다.

알츠하이머병은 정확한 발병 기전과 원인이 밝혀진 게 없어 증상 완화를 넘어 기전에 근거한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영역이다. 호기롭게 치료제 개발에 도전한 제약·바이오사가 임상 실패로 연구 동력을 잃거나, 환자 모집부터 난항을 겪고 기약 없이 개발을 미루는 이유다. 아직 치매 치료제 국내 도입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고 효능에 대한 평가도 갈리지만,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신약의 등장으로 국내 연구도 활기를 찾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환자 모집부터 난항'…임상만 수년째

국내 제약사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현황. 그래픽=박구원 기자

국내 제약사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현황. 그래픽=박구원 기자

1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알츠하이머 기전을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 후보물질은 일동제약의 'ID1201', 젬백스앤카엘의 'GV1001', 메디포스트의 '뉴로스템' 등이다.

뛰어든 제약사는 많지만 개발은 하세월이다. 일동제약은 2019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환자 1,499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을 승인받았으나 환자 모집부터 막혀 연구를 미루고 있다. 젬백스앤카엘도 최근 식약처에 국내 임상 3상을 신청했으나 시험 대상자 수 부족을 이유로 임상을 반려당했다. 이 업체는 자료를 보완해 3상을 재신청할 방침이다.

메디포스트는 2013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진행한 임상 1·2a상에서 1차 유효성 지표인 알츠하이머병 평가척도의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다만 2차 유효성 지표인 바이오 마커(단백질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내는 지표) 부분에서 치매의 주 원인인 단백질 베타아밀로이드 수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투여 환자에 대한 장기추적에 들어갔다. 메디포스트 관계자는 "지난해 1월부터 장기추적을 시작해 최소 3년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며 "장기추적 결과에 따라 향후 개발 방향도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 차바이오텍은 2016년부터 'CB-AC-02'에 대한 임상 1·2a상을 진행 중이며, 아리바이오는 최근 'AR1001'에 대한 FDA 임상 2상 시험을 완료하고 3상을 준비하고 있다.


신약 효능 논란 있지만…업계 "개발에 희망적"

제약·바이오 업계는 바이오젠의 치매 치료제 탄생과 관련해 국내 개발 시장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 내다봤다. 게티이미지뱅크

제약·바이오 업계는 바이오젠의 치매 치료제 탄생과 관련해 국내 개발 시장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 내다봤다. 게티이미지뱅크

신약 효능을 두고 여러 논란이 있지만 업계는 첫 치료제의 탄생을 대부분 긍정적인 시그널로 보고 있다. 바이오젠이 앞서 1차 유효성 지표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달성하지 못했음에도 수정된 임상 결과를 토대로 FDA로부터 승인을 받은 점을 감안하면 제약사가 지표 결과를 반영하기 수월해질 것이란 기대다.

바이오젠은 2건(이머지·인게이지)의 임상을 진행했는데, 인게이지 임상이 1차 유효성 지표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달성하지 못해 2019년 개발을 중단한 바 있다. 그러나 그 다음해 10월 이 업체는 고용량 투여군에서 효능을 입증했다며 임상 결과를 수정해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유효성 평가기준이 인지능력을 개선해야만 하는 1차 지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 2차 지표를 토대로 한 치료제가 인정받은 사례가 나온 것"이라며 "1차 지표를 개선 못한 제약사들이 임상을 재개하고 개발의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치료제 위탁생산(CMO)을 맡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국내 개발 업체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주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생산하면 파트너십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생산 레시피라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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