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마무리 투수 정해영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졸 2년차 정해영(20)이 무너진 KIA 마운드에 든든한 뒷문지기로 우뚝 섰다.
9일 현재 정해영은 23경기에서 4승 3패 9세이브로 세이브 부문 6위다. 9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7-5로 앞선 8회 1사 1ㆍ2루에 마운드에 올라 1.2이닝을 무실점(1피안타)으로 슈퍼세이브를 기록, 팀의 3연패 탈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시즌 초반 좋은 컨디션을 보이며 출발했다가 5월 조금 주춤하더니 6월 들어 다시 제 페이스를 찾으며 3경기에서 3.2이닝 무실점 투구로 팀의 승리를 모두 지켜냈다.
정해영은 10일 본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제 장점이 익스텐션(투구 시 공을 최대한 앞으로 끌고 오는 동작)이 좋다는 점인데 5월엔 그 장점을 못 살렸다”면서 “지금은 몸 컨디션이나 구위 등 5월보다 확실히 많이 올라왔고 장점도 되찾은 듯하다”라고 말했다.
2020년 KIA에 입단(1차 지명)해 데뷔 첫 시즌에도 불펜 요원으로 좋은 성적(47경기 5승 4패 11홀드 1세이브ㆍ3.29)을 냈지만 올 시즌엔 더 좋은 기량을 뽐내고 있다. 평균자책점(2.96)도 좋아졌지만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는 1.70에서 1.44로, 피안타율은 0.296에서 무려 0.205로 대폭 낮아졌다. 정해영은 “작년보다 좀더 공격적으로 빨리 승부하려 노력하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간간이 섞어 던지던 커브를 버리고 대신 포크볼 비중을 4%대에서 9.5%까지 두 배 이상 늘렸다. 정해영은 “커브는 아직 완성형이 아니라 훈련 중 계속 연마하고 있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좌타자 상대로 직구 슬라이더만 던지기엔 장타를 맞을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포크볼과 체인지업 중 지난해 말부터 조금씩 성과가 나오는 포크볼을 선택했다. 다만 체인지업도 계속 연습 중이다”라고 말했다.

정해영이 지난달 27일 광주 키움전에서 팀의 한 점 차 승리를 지켜낸 뒤 윌리엄스 감독의 격려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리그 8위(22승 30패)에 올라 있는 KIA의 마운드는 사실 올 시즌 격동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팀 평균자책점(5.47)은 리그 9위고 WHIP(1.62)는 최하위다. 국내 선발진이 개막부터 부진에 빠진 것이 결정적이었다. 선발승이 팀 승리(23승) 가운데 단 8승뿐이다. 믿었던 선발 요원인 브룩스 멩덴 이의리가 모두 2승에 그쳤고 임기영도 1승뿐이다. 나머지 15승은 모두 중간 불펜에서 나왔다는 뜻이다. 실제로 정해영이 구원승으로만 4승을 올렸는데, 팀 내 최다 승수다. 사정이 이러니 시즌 초반 단단했던 불펜도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5월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불펜 평균자책점이 4월 4.53에서 5월엔 무려 6.19로 치솟았다.
지난 시즌 마무리였던 전상현이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하면서 박준표가 마무리로 시즌을 시작했는데 박준표마저 부진에 부상까지 겹치면서 정해영이 마무리를 맡게 됐다. 박준표가 지난 5일 1군에 복귀해 숨통은 트였지만 앞으로도 정해영이 뒷문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 맷 윌리엄스 KIA감독도 “박준표가 정상 궤도에 올라와도 우리 마무리는 정해영”이라며 확실한 믿음을 보내고 있다. 정해영은 그러나 “아직 확실한 마무리라기보단 그저 마지막에 나가는 투수”라고 몸을 낮췄다. 그는 “모든 불펜 투수들이 팀을 위해 하나로 똘똘 뭉쳤다”면서 “나 역시 재미있게 던지면서 많이 배우는 과정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해영의 미래를 위해 선발 수업을 쌓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정해영은 “제게 중책을 맡겨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지금은 주어진 역할에만 충실할 것”이라고 했다. 이대로 뒷문을 단속해 준다면 시즌 25~30세이브까지 가능하다. 정해영은 “세이브 수치를 목표로 세우기보단 최대한 많이 출전해 많은 승리를 지키는게 중요하다”라며 “그러기 위해 매 경기 전력으로 던질 것을 약속드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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