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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초대형 송유관 공사 중단… ‘탄소중립’ 향해 일보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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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초대형 송유관 공사 중단… ‘탄소중립’ 향해 일보 전진

입력
2021.06.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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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퇴출 위한 거대 이정표 마련
석유회사 쉘도 탄소감축 가속화 약속

9일 사업 중단이 결정된 '키스톤XL' 송유관. AP 통신

9일 사업 중단이 결정된 '키스톤XL' 송유관. AP 통신

지구촌이 ‘탄소중립’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캐나다와 미국을 잇는 초대형 송유관 사업이 전격 중단되며 ‘화석연료 퇴출’을 위한 디딤돌이 놓인 것이다. 최근 세계 1위 석유기업 엑손모빌 이사회에 환경주의 주주가 진출하고 2위 쉘이 법원에서 ‘탄소배출 감축량 상향’ 판결을 받은 데 이어, 글로벌 에너지산업에 또 다른 이정표가 될 사건이다.

9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캐나다 앨버타주(州) 하드시티에서 미국 네브래스카주 스틸시티까지 원유 송유관을 연결하는 ‘키스톤XL’ 사업 전체가 취소됐다. 키스톤XL 소유주인 캐나다 기업 TC에너지는 이날 사업 철수를 공식 발표하며 “프로젝트의 완전한 종료를 보장하기 위해 규제당국, 주주, 지역주민들과 계속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루 원유 수송량 83만 배럴, 총길이 1,800㎞에 달하는 이 송유관은 2008년 첫 삽을 뜬 이후 10여 년간 환경주의와 개발주의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미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였다.

2015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 사업을 불허했지만,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 이틀 만에 건설 재개 행정명령을 내렸고, 또다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올해 1월 취임하자마자 이를 뒤집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환경운동가들의 역사적 승리”라고 평했다.

송유관 건설 반대 운동을 해온 환경단체들은 열렬히 환호했다. 기후옹호단체 ‘350.org’ 소속 활동가 캔들 매키는 “이번 승리는 석유기업과 금융가들에게 지금 당장 화석연료 사업을 중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일깨웠다”며 “많은 사람들이 뜻을 모으면 돈 많은 석유회사보다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다른 송유관 사업에도 압박이 커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환경단체들은 캐나다에서 미네소타까지 이어진 ‘엔브리지 3호’ 송유관, 노스다코타에서 일리노이까지 4개 주를 관통하는 ‘다코타 엑세스’ 송유관 등에도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공화당은 “송유관 사업 중단으로 일자리 수천 개가 사라졌다”며 즉각 반발했다. 텍사스, 몬태나 등 공화당이 집권한 23개 주는 집단 소송도 준비 중이다.

하지만 ‘탈(脫)탄소ㆍ친환경 에너지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다. 석유회사들도 사업 모델 변경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달 네덜란드 법원에서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45% 감축하라”는 판결을 받은 쉘은 이날 후속 조치로 “배출량 목표 달성을 위해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벤 판뵈르던 최고경영자(CEO)는 “법원 판결은 우리에게 변화가 아닌 전략 가속화를 의미한다”며 “배출량을 더 줄이는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쉘은 2025년까지 전체 예산의 25%를 재생에너지 개발과 저탄소 기술 투자에 쓸 예정이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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