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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뚝뚝" 붕괴 징후에도 통제 안해…인부들은 직전에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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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뚝뚝" 붕괴 징후에도 통제 안해…인부들은 직전에 피했다

입력
2021.06.09 22:45
수정
2021.06.10 08:4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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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잔해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 덮쳐
9명 사망·8명 중상 등 대형 인명피해
현장 인부 4명은 대피…? 10대 사망자도
철거 과정 문제 가능성… 가림막이 전부
경찰, 전담팀 구성 사고경위 수사 진행


9일 오후 광주 동구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되는 당시 블랙박스 영상. 독자 제공

9일 오후 광주 동구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되는 당시 블랙박스 영상. 독자 제공

광주광역시 동구 재개발지역 건설현장에서 철거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하면서 건물 잔해가 버스정거장에 정차해 있던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공사 현장에선 전날부터 징후가 있었지만, 주변 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참사로 이어졌다. 공사 관계자들은 붕괴 직전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모두 피했다.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돼 지나가던 버스를 덮쳤다. 119 소방대원들이 무너진 건축물에 매몰된 버스에서 사망자를 옮기고 있다. 뉴시스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돼 지나가던 버스를 덮쳤다. 119 소방대원들이 무너진 건축물에 매몰된 버스에서 사망자를 옮기고 있다. 뉴시스

9일 광주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22분쯤 광주 동구 학동의 재개발지역 건설 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지상 5층 건물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무너진 건물 잔해가 공사장 앞 버스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운림54번)를 덮쳤다.

버스 뒷좌석에서 사망자 다수

이날 사고로 시내버스 탑승객 중 60대 남성과 여성 4명, 70대 여성 1명, 40대 여성 1명, 30대 여성 1명, 10대 남성 1명 등 모두 9명이 숨졌다. 소방당국은 구조작업으로 매몰된 시내버스에서 김모(76·여)씨 등 탑승객 8명을 구조했다. 구조된 승객 상당수는 60, 70대 고령인데다, 크게 다쳐서 추가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고 버스에는 당초 12명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조작업 중 뒷좌석 부분에서 매몰된 탑승객 5명이 추가로 발견돼 전체 탑승자는 17명으로 최종 확인됐다. 추가 사망자들은 버스가 심하게 구겨져 소방대원들이 버스 내부 진입에 애로를 겪으면서 발견이 늦어졌다. 대부분 뒷자석에 앉은 이들이다.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 등이 매몰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펼치는 모습.연합뉴스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 등이 매몰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펼치는 모습.연합뉴스

사고 버스는 지붕에 압축천연가스(CNG) 탱크를 탑재한 차량이어서 건물 잔해물의 낙하 충격으로 폭발했더라면 더 큰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는 사고 현장에서 누출 가스가 감지되자 긴급 안전조치를 취한 뒤 구조작업을 벌였다.

소방당국이 확보한 사고 당시 동영상을 보면 사고 버스가 편도 3차선 도로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건물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이 때문에 일대는 순간 희뿌연 먼지로 뒤덮였고, 버스 뒤를 따라오던 3, 4대의 차량들도 놀라 급정거한 뒤 일제히 후진하는 상황도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전날 이상 징후... 안전장치는 가림막이 전부

소방당국은 당초 건물 붕괴 당시 운행 중이던 승용차 2대도 매몰된 것으로 추정했지만 확인 결과 시내버스 외 매몰된 차량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또 사고 당시 버스가 정차했던 정류장에도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철거 작업이 진행되던 건물에선 붕괴 전날부터 이상 징후가 감지됐지만, 사고를 막지 못했다. 해당 건물에 대한 철거공사는 전날부터 시작됐고, 이날 오전부터 붕괴 건물 5층에서 포크레인이 철거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공사 관계자가 건물에서 ‘뚝, 뚝’ 소리가 들리자 작업을 중지하고 현장에서 대피했다. 덕분에 작업 현장에 있는 인부 4명은 화를 면했다.

주민 방모(57)씨는 "어제 오후 5시쯤 사고 건물 앞을 지나가는데 건물에서 '삐그덕 삐그덕' 소리가 나더라"며 "얼마 못 가서 무너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 결국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공사업체 측은 사고 발생 이전에 건물 주변 인도 양쪽에 안전요원을 배치했지만, 도로 양쪽에는 교통 통제를 위한 신호수 배치 등의 조치는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체 작업이 진행 중이던 건물이 인도와 접해 있고, 인근에 버스 정류장이 있었지만 보행자 통로와 같은 안전 장치는 없었다. 철거 현장 내부를 밖에서 볼 수 없도록 막은 가림막이 전부였다.

건물의 정확한 붕괴 원인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건물이 붕괴 당시 제 자리에 주저앉지 않고 도로 쪽으로 비스듬하게 쓰러진 것으로 볼 때, 철거 방식 내지는 철거 과정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사고 현장 주변에 있었던 한 주민은 "건물이 도로 쪽으로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며 "포크레인이 철거 과정에서 무엇을 잘못 건드렸거나 철거 순서를 엉뚱하게 잡았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광주경찰청은 이날 사고와 관련해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안전수칙 등 관련 규정 준수 여부와 업무상 과실 여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은 철거현장 관계자와 사고 목격자 등을 대상으로 사고 발생 경위를 조사 중이며, 10일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으로 현장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담수사팀은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원청과 철거 하청업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안전수칙 규정 준수 등 여부를 집중적으로 수사할 계획이다. 광주시가 건물 해체 허가는 제대로 했는지, 감리는 규정대로 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사고와 관련 “광주시와 광주 동구 등 지방자치단체와 소방 및 경찰은 모든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매몰자 등 인명 구조에 총력을 다해 달라”며 “구조과정에서 소방대원의 안전확보에도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김영헌 기자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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