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에 징역 20년·벌금 2000억 구형

페이퍼컴퍼니 동원해 자기돈 없이 신라젠 BW 인수
검찰 "사람들에게 극도의 박탈감 줬다" 중형 구형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이사가 2020년 5월1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활용한 '자금 돌리기' 방식으로 수천억 원대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는 신라젠 전 경영진에 대해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9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4부(김동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 등의 결심 공판에서 문 전 대표에게 징역 20년에 벌금 2,000억 원, 추징금 854억여 원을 구형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용한 전 대표와 곽병학 전 감사에 대해서는 징역 15년과 벌금 1500억 원을 각각 구형했다. 또 두 사람에게 각각 495억 원과 374억 원의 추징금을 명령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신라젠 창업주이자 특허대금 관련사 대표 황태호씨에게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문 전 대표는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자금 돌리기 수법으로 신라젠이 발행한 350억 원 상당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자기 자금 없이 인수해 1,918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문 대표는 이후 신주인수권 1,000만 주를 행사해 신라젠 최대 주주에 올랐다. 곽 전 감사와 이 전 대표 역시 대금 납입 없이 BW를 취득해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를 받고 있으며, 황씨는 신라젠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성실히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들에게 극도의 상실감과 박탈감을 주고 자본시장에 대한 극심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일반 투자자들에겐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혔고 자본시장의 근간을 해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건 발생 후에도 피고인들은 범행을 감추기에 바빴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천문학적 액수의 부당이득을 취한 만큼 형사처벌도 이에 비례해 내릴 수밖에 없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8월 11일 오후 2시를 1심 선고기일로 지정했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