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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박원순 때 정규직 전환했던 업무 일부 비정규직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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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 지하철, 박원순 때 정규직 전환했던 업무 일부 비정규직화한다

입력
2021.06.10 10:00
수정
2021.06.10 11:0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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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적자' 비용 절감 위한 경영개선 방안 노조에 전달
열차 긴급 수리 등 안전 직결 직원도 수백명 감원 방침
비용 아끼려 안전 희생... "소탐대실·과거 회귀 정책"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군자차량사업소에 열차가 정차해 있다. 뉴시스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군자차량사업소에 열차가 정차해 있다. 뉴시스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직접 고용하며 정규직으로 전환했던 차량기지 내 운전(구내운전), 철로 보수, 구내식당 등의 업무를 자회사나 민간 전문기업에 위탁하기로 했다.

지난해 1조1,000억 원 적자 등 극심한 재정난에 허덕인 공사가 오세훈 시장의 강도 높은 자구책 주문에 따라 비용 절감 차원에서 해당 업무를 '비정규직'으로 되돌리거나 처우를 후퇴하는 것이라 직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지하철 보안관과 운행 중인 전동차 장애 발생 시 즉각 대응해 정비하는 직원(차량기동반) 등 승객은 물론 시민 안전과 직결된 직원 수도 줄일 방침이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정규직 됐던 선로보수·구내식당 민간 위탁... 사실상 비정규직화


서울교통공사 비핵심 업무 감축안

서울교통공사 비핵심 업무 감축안

10일 서울시ㆍ서울시의회ㆍ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공사는 8일 본사에서 열린 노조와의 2021년 임금 단체협상에서 인력 1,539명을 감축하는 안을 내놓았다. 감축 규모는 공사 전체 직원(1만6,488명)의 10%에 육한다.

우선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진다고 판단한 비핵심 업무를 외부에 맡겨 431명(자회사 위탁 347명, 민간 전문업체 위탁 84명)을 줄인다.

자회사에 위탁하는 업무①전동차가 운행 중에 갑자기 장애ㆍ고장 발생 시 긴급 출동해 정비하는 일종의 '5분 대기조'나 다름없는 차량기동반(101명 감원) ②차량기지 건물 내 보일러ㆍ위생시설ㆍ상하수도 등 각종 시설물 관리를 담당하는 기지기계관리(40명 감원) ③차량기지 내 전동차 운전을 담당하는 구내운전(90명 감원) 등이다.

민간 전문업체에 맡기는 업무④전동차가 다니는 선로(철길)의 유지ㆍ보수를 담당하는 궤도시설 보수(19명 감원) ⑤구내식당(45명 감원) 등이다.

특히 구내운전, 구내식당, 궤도시설 보수 등은 2018년 박 전 시장이 정규직으로 전환했던 업무다. 3년 만에 다시 비정규직으로 바뀌거나 처우가 악화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자회사 임금 체계는 본사와 달라 처우와 복리후생 등이 본사 정규직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본사에서 줄인 인력을 대체할 정도의 인력을 자회사가 추가 채용하지 않는 한 업무 부담도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민간 위탁은 사실상 비정규직화하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근무조건과 임금은 노사 협의가 아닌 '합의'가 필요하다"며 "현재 근무 중인 직원들을 강제 이직시키거나 해고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의 의사를 먼저 묻고, 거부하면 퇴직자 발생 시 직원을 새로 뽑지 않는 방식으로 감축해 나가면서 자회사와 민간에 차례대로 위탁하겠다"고 설명했다.

안전 직결 차량정비·지하철보안관 362명 감원

전철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구의역 김군' 5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달 27일 오후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광진구 구의역을 찾아 김군을 추모한 후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뒤로 서울교통공사 노조원들이 요구사항을 담은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전철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구의역 김군' 5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달 27일 오후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광진구 구의역을 찾아 김군을 추모한 후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뒤로 서울교통공사 노조원들이 요구사항을 담은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사측은 또 근무제도 개편(587명)과 업무 효율화(521명)로 1,108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특히 업무 효율화에는 ①역사와 전동차를 순찰하며 취객 대응이나 폭언ㆍ폭행 등의 사건 발생 시 대응하는 지하철 보안관(76명) ②차량 정비 업무(286명)안전 관련 직원 감축안 등이 포함돼 있지만, 사측은 별도의 안전 보완책을 제시하지는 않았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노조 관계자는 "임금 동결이나 복리후생 축소 등에는 동참하겠다"면서도 "유지·보수를 비롯해 사실상 24시간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지하철 업무 특성상 열차 안전운행 관련 직원이 줄면 근무 강도가 올라가고 결국 시민 안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안전·생명보다 비용 절감 우선... 정책 후퇴·소탐대실"

지난달 25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용답역에서 시민들이 열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5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용답역에서 시민들이 열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공사의 경영개선 방안이 안전과 생명보다는 비용과 예산을 우선하는, 구의역 사고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정책의 후퇴'라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가 일상화해 안전사고가 자주 일어나자 이를 막기 위해 생명ㆍ안전 관련 업무를 외부에 맡기는 대신 더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직접 고용해 책임을 명확히 해 온 그동안의 흐름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또 당장 빈 자리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김종진 선임연구위원은 "구의역 김군 사망 사고를 계기로 스크린도어 점검 업무 직원들이 직고용된 이후 스크린도어 관련 산재사망 사고가 없었던 것만 봐도 효과는 명확하다"며 "보완책 없이 안전과 직결된 업무 직원들을 감원 또는 자회사ㆍ민간회사에 위탁할 경우 소탐대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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